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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최악 지났나..‘반짝 반등’우려도

채지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4 17:51

수정 2014.11.05 11:18



세계 각국의 금융지원책이 발표되면서 증시가 폭등세로 돌아서자 이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는 안도감이 싹트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약세장 속의 ‘반짝 반등’이라는 우려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의구심도 깊어가고 있다.

각국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을 가시화하며 금융위기 해소에 발 벗고 나서자 13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남미 등 세계 증시는 일제히 폭등세를 나타냈다. 특히 뉴욕증시는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사상 최악의 하락률을 나타냈던 지난주 낙폭을 절반 가까이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또 신용경색 완화로 금융시장의 신뢰가 되살아날 것이란 심리가 확산되면서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의 3개월짜리 달러 금리가 0.07% 하락, 4.7525%를 나타내는 등 진정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금융위기 진정에 따른 경기부양 기대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안전자산 선호로 크게 치솟았던 12월 인도분 금값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지난주 종가보다 16.50달러(1.9%) 내린 온스당 842.50달러를 나타냈다.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배럴당 80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WTI는 3.49달러(4.5%) 상승한 배럴당 81.19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런던 ICE선물시장의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2.97달러(4%) 오른 배럴당 77.06달러를 기록했다. 12월 인도분 구리 가격은 7.8% 오른 파운드당 2.3125달러를 나타냈다.

이처럼 증시가 상승하고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지표가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시장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많은 투자자는 오랜만에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템플턴자산운용의 투자전문가 마크 모비우스는 CNBC와 인터뷰에서 “실물경제 위축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증시는 미래를 전망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얼마간의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도 이미 바닥을 보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일부 전문가는 현재 주식시장이 지난 2003년 강세장이 시작될 때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분석을 내놓아 투자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회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비관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타격을 가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인 경기둔화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증시 상승은 약세장 속의 일시적 반등이란 주장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프린스턴대 폴 크루그먼 교수는 “금융위기가 이미 전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으며 앞으로 깊은 경기후퇴 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용경색 위기가 어느 정도 완화되더라도 실물경제 타격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도 향후 경제에 대한 비관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날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게이츠 전 회장은 “정부와 개인 채무가 크게 늘어나는 등 미국 경제는 심각한 침체기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억만장자 투자자인 줄리언 로버슨 타이커매니지먼트 회장도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든 미국 경제는 앞으로 10∼15년간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씨티그룹은 “심각한 경기후퇴로 내년 2·4분기까지 실업률이 8.5%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는 등 갖가지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 종가보다 936.42포인트(11.08%) 오른 9387.61을 나타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04.13포인트(11.58%) 급등한 1003.35를 기록했다.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1844.25로 194.74포인트(11.81%) 상승했다.

/jiyongchae@fnnews.com채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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