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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은행 경영에는 간섭 않는다..유럽식 국유화와 차이

유영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4 17:56

수정 2014.11.05 11:18



유럽 각국 정부가 총 2조5460억달러를 쏟아부으며 금융시장 안정화에 나선데 이어 미국 정부도 14일(이하 현지시간) 지분 매입을 통해 2500억달러를 금융기관에 직접 투입하는 사실상의 ‘부분 국유화’를 결정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구제금융 형태에 서로 차이가 있어 향후 효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위기 대응책을 놓고 ‘제 목소리’만 내던 유로존 15개국들은 지난 12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긴급 회담을 통해 ‘영국식 해법’에 전격 합의했다. 이 같은 방안에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내던 독일 정부마저 하루 뒤인 13일 발빠르게 세부책까지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서는 등 유럽연합(EU) 내 대부분의 국가들이 동참하고 있다.

영국식 해법의 핵심은 막대한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한 정부의 금융기관 ‘장악’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13일 자국내 4대 은행 중 핼리팩스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HBOS),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로이드 TSB 등 3개 은행에 370억파운드(약 78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최소한 HBOS와 RBS의 최대 주주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영국 정부의 구제금융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은행 간의 대출을 정부가 직접 보증함으로 자금 경색을 완화하는데 의미가 있다. 사실상 정부가 은행의 ‘주인’이 되는 것으로 향후 은행은 서민 대출에 적극 나서야 할 의무를 가지는 동시에 정부의 각종 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금융기관의 지분 매입 계획과 함께 이사 임명과 배당 조절 등 경영에 적극 개입하여 각종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초 영국 정부의 구제금융대상이었던 바클레이스가 구제금융을 거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클레이스의 존 발리 최고경영자(CEO)가 “구제금융이 없으면 규제도 없다”며 “경쟁 은행들의 구제금융은 바클레이스에 있어서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의미다.

반면 미국 정부는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 은행의 지분을 매입하지만 ‘완전한 주인’이 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금융기관의 지분을 소유하게 되지만 직접 경영에 간섭하기보다는 자금 투입을 통한 금융기관의 경영 정상화에 무게를 둔 것이다.

구제금융 집행 책임자인 재무부의 닐 캐시 차관보가 “지분 매입에 투입되는 자금은 주식 매입에만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매입 대상 주식이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에 국한된 것도 바로 이 같은 맥락이다. 캐시 차관보는 또 “정부의 지분매입으로 일반주주들의 권익이 침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한 마디로 주식은 사들이지만 금융사의 운영에 뛰어들거나 민간 투자자들을 제치고 좌지우지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영국식의 국유화와는 사뭇 다른 형태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지는 14일 보도를 통해 정부의 은행 지분 소유 프로그램이 보통 ‘국유화’라고 불리지만 사실 이것이 실제적으로 완전 국유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며 지난 1984년 정부가 콘티넨털 일리노이즈 은행의 지분 80%를 장악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nanverni@fnnews.com오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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