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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전세로 돌려 자금난 ‘숨통’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4 09:54

수정 2014.11.05 11:21

주택 분양시장 침체로 입주 후 미분양단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이 지방에서 보유하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대거 싼값에 전세로 돌려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소형 건설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보유하고 있는 미분양아파트를 주공에 할인매각 하거나 미분양펀드에 싸게 넘기고 있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민원 발생을 우려해 할인매각을 기피했었다. 그러나 입주 후 미분양아파트가 급증하는 데다 앞으로도 시장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형 건설사들이 유동성 부족 해소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미분양아파트를 시중 전세값의 절반수준 가격에 대거 전세로 돌리고 있다.

■대형건설사 지방 미분양 전세 전환러시

14일 건설업계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 H사는 지난 6월 부산 연제구에서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의 미분양분을 대거 전세물건으로 돌렸다. 총 220가구로 구성된 이 단지는 미분양된 10층 이하 물량에 대해 모두 전세물량으로 전환했으며 현재 1∼2층만 남아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이미지 추락과 기존 입주자들과의 형평성 우려 때문에 할인매각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 미분양분을 전세로 돌리면서 공사비를 회수하게 됐다”며 “입주자 입장에서도 어차피 빈집으로 남겨 놓는 것보다 임대를 통해 세입자를 받으면 아파트 이미지도 좋아지고 집값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에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이 단지 외에도 대형건설 D사가 서면 부암동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와 S사가 인근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도 미분양분을 전세로 대거 전환해 세입자를 모집하고 있다.

대구에서 분양에 나섰던 대형 건설사들도 할인매각 대신 전세로 돌리는 단지가 많다. S사와 D사가 공동으로 달서구 성당동에서 재건축을 통해 분양한 이 단지는 올해 입주를 시작했지만 일반분양분 중 미분양된 100여가구를 전세물건으로 내놨다. 또 H사는 대천동에서 전체 가구의 40%를 대거 전세물건으로 돌렸다. L사도 본리동에서 분양해 입주가 시작된 재건축단지에서 일반분양분 30여가구를 전세로 전환해 세입자를 구하고 있으며 성당동에서 분양한 D사도 50가구를 전세물건으로 내놓은 상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대구지역은 워낙 미분양이 많아 재건축단지의 일반분양분까지 전세물건으로 돌려서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물건은 전셋값이 일반 물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오는 즉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과 대전 등 미분양이 많은 지역에서도 대형건설사들이 입주 후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속속 전세로 전환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자금난 개선 효과 톡톡”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전세로 전환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경영난을 덜기 위해서라는 게 일관된 견해다.


대형건설사인 A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도 불황이 계속되면서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고 있어 체면을 무릅쓰고라도 전세로라도 돌려 일단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며 “실제로 미분양아파트 3채를 전세를 놓으면 1채를 판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가 발등의 불인 건설사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kwik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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