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무역입국의 그늘, 밀수 밀화] 밀수비창..컨테이너에서 콘돔까지

이인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4 19:17

수정 2014.11.05 11:17



우리는 문익점 선생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면서 어렵게 목화씨를 붓두껍에 은닉해 온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얼마든지 주머니(일설에는 목화씨 10여개를 주머니에 넣어 왔다고 함)나 다른 용기에 손쉽게 갖고 올 수 있을 텐데 왜 붓두껍에 숨겨 왔을까.

당시 원나라에선 목화가 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돼 씨앗을 임의로 갖고 나갈 수 없었다. 선생은 한 알이라도 조국강산에 심기 위해 고민을 했을 게 분명하고 사신으로서 휴대하기가 쉬운 문필구인 붓 공간을 은닉처로 활용했으리라 생각된다.

밀수품을 숨길 수 있는 용기나 일정한 공간을 통상 비창(秘倉:비밀창고)이라고 부른다. 비창은 선박이나 차량 구조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특수제작하기도 한다. 휴대하는 가방이나 신변용구뿐 아니라 사람의 은밀한 신체 부위도 오랫동안 이용하는 비창의 하나. 또 화물 종류와 규모, 운송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변해 그 중심에는 컨테이너라는 철제박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컨테이너가 멈춰 서면 물류대란이 일어난다는 것은 능히 예견되는 일. 문제는 컨테이너가 때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밀수비창이 된다는 것이다. 컨테이너의 경제성·신속성·안정성이라는 특성을 밀수꾼은 역이용하는 것이다.

한 컨테이너 속에 다양한 물품을 은닉해 오는 ‘백화점식 수법’이라든지 컨테이너 앞부분에는 신고한 물품을 배치하고 뒤에는 밀수품을 은닉, 정상 수입품이 커튼이 돼 밀수품을 가리는 ‘커튼치기수법’ 등이 주로 이용된다.

컨테이너를 이용한 밀수 적발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정보활동 및 선진수사기법, 과학적인 검색장비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최근엔 컨테이너 X레이 검색기가 우리나라 컨테이너 반출입 주요 항만에 설치돼 있다.

이 밖에 밀수비창도 밀수품도 아닌 것이 꼭 은밀한 곳에 끼어 흥미를 일으키는 것이 콘돔이다. 항문이나 자궁에 황금괴, 또는 마약류를 숨길 때면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양수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콘돔. 본래 기능에서 벗어난 외도라 할 만하다.

보스니아내전을 그린 영화 ‘세이비어’에서 주인공 ‘가이’는 배가 고파 우는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려 했으나 젖병 꼭지가 보이지 않자 주머니에서 콘돔을 꺼내 우유병에 씌운 뒤 끝 부분을 칼 끝으로 구멍을 내고는 우는 아기 입에 물린다.
아기는 곧 울음을 그친다.

콘돔이 생명의 젖줄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콘돔이 황금이나 마약을 품고 은밀한 곳에 숨어 안절부절못하고 기회를 노리는 것보다 이처럼 신선하고 건강한 기능으로 쓰일 때면 그 외도에 박수를 쳐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이용득 부산세관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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