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동대문·편의점‘일본인 특수’..日제품 수입 쇼핑몰 ‘죽을맛’

고은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4 20:53

수정 2014.11.05 11:17



원·엔환율이 100엔당 1369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9일. 온라인 쇼핑몰 구축업체 ‘메이크샵’ 일본팀 직원들은 전화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메이크샵이 제공하는 ‘실시간 일본 쇼핑몰 연동 서비스’인 ‘메이크 트랜스’에 대한 가입 문의가 폭주했기 때문이다. 일본어와 프로그램 등 전문 지식 없이도 일본에서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엔고 특수를 기대하는 쇼핑몰 운영자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 메이크샵 황순훈 일본 팀장은 “지난 2월부터 가입자 수가 조금씩 늘었는데 엔화가 달러화를 추월한 지난 9일에만 전화상담이 100건이 넘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상승으로 국내 유통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지난 1월 860원대에서 1300원대(100엔 기준)까지 인상되는 등 연초 대비 최고 40%까지 높아졌다.

이는 국산 제품의 경우 일본 제품 대비 40%의 가격경쟁력을 더 갖추게 되는 반면 일본 제품은 반대로 국산에 비해 40%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국산 제품을 일본에 판매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쇼핑몰 구축업체가 서비스하고 있는 실시간 일본 쇼핑 연동서비스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일본인들이 자주 찾는 서울 명동 편의점과 동대문 패션상권은 관련 특수기대에 부풀어 있다. 반면 일본 구매대행 사이트들은 9월부터 적용환율을 두 번이나 인상했고 매출도 줄고 있어 울상이다.

중소온라인 업체들은 엔화가치 상승의 수혜를 기대 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시가 중소 패션 상인들의 효율적인 해외 시장 진출과 인지도 강화를 위해 오픈한 온라인 쇼핑몰 ‘K-mall’에 입점한 상인들도 엔고 특수를 점치며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에 들어갔다. 이 사이트는 일본 패션 쇼핑몰에 중저가 의류, 패션 부자재, 액세서리 등을 기업간거래(B2B)로 판매하는 형태다.

일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동대문 패션 상권도 최근 들어 일본 고객맞이가 한창이다. 두타 측은 “10월 들어 9월보다 일본 관광객이 2.5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며 “계절적 요인과 환율 영향이 맞물린 것 같다”고 말했다. 동대문의 패션 잡화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점주도 “불황 속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겨 힘들었는데 엔고 특수를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도 엔화값이 10년 만에 최고치인 1300원대를 기록한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일본관광객이 많은 중구지역 3곳 점포(소공점, 인사점, 명동4호점) 매출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각각 26.3%, 17.9%, 15.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본인들이 많이찾는 맥주( 60.1%), 김(57.3%), 껌(54.3%), 포켓소주(44.6%), 고춧가루(38.7%)가 크게 늘었다. 또 인기상품을 점원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하고 간단한 관광상품매출도 20% 가까이 늘었다.

세븐일레븐 소공점 양윤혜 점장은 “최근 일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평소 발주량을 20% 이상 늘렸다”며 “특히 우리나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선물코너와 전통과자 등의 구성비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닷컴이 운영하는 일본구매대행 사이트 도쿄홀릭은 지난 3월 992.02원의 환율을 적용하다 지난달 17일 1129.12원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1370.56원으로 인상했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월평균 20% 성장세를 이어오다가 8월 이후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9월에는 5% 성장에 그쳤다. 지난 1일 오픈한 일본 디자인소품 전문점 도큐핸즈 사이트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오패스 등 일본구매대행 사이트도 환율 변동이 매우 심해 견적 시 해외 구매 대금을 반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지난 8일부터 적용환율을 인상했다.

/scoopkoh@fnnews.com고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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