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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생존이 우선..투자위험 줄여라”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4 22:24

수정 2014.11.05 11:16



최근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기지 중 다섯번째로 규모가 큰 가전제품 공장을 북아프리카에 확보하는 과정에서 직접투자대신 간접투자를 선택했다.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가전공장에 신규 투자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생산설비, 노하우, ‘삼성’ 브랜드만 제공하고 나머지 투자는 현지 기업이 모두 주도하도록 한 것. 자금사정이 비교적 넉넉한 삼성전자가 아프리카의 첫 생산기지 확보 과정에서 자존심을 접고 간접투자 방식을 취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아직 불안정한 아프리카 시장에서 무리한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롯데, 포스코, GS 등 주요 대기업들은 신규 생산설비 확보나 해외 신시장 개척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 간 공조에 나서거나 투자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또 이미 대규모 투자를 확정한 기업들은 기존 투자계획은 그대로 진행하되 금융위기 상황에 따라 투자계획을 수정하는 곳도 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금융 위기 속에서) 기존에 확정된 투자는 계획된 대로 진행을 하지만 경영계획 수립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투자할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불안한 금융시장의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본 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LG마이크론과 합병을 추진 중인 LG이노텍은 유럽시장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기 사업을 처음 시작하기 위해 유럽의 톱3 조명업체와 제휴를 물밑 작업 중이다.


LG이노텍은 이미 국내 조명기기 업체들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지만 유럽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안정적인 마케팅을 위해 현지 다국적 조명사와 추가 제휴를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신사업의 안정적 진출을 위해 유럽의 3대 조명기기업체와 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의 제휴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대 평판TV 잠재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TV세트업체 8개사와 공동마케팅을 벌이기로 지난달 말 결의했다. 중국 내 TV세트업체들은 LG디스플레이의 모회사인 LG전자와 경쟁사라는 점에서 이번 대규모 제휴는 파격적이라는 평을 얻었다.

또 삼성전기는 노키아 등 주요 고객사에 대한 휴대폰 부품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20여년 만에 중국 내 현지진출 대만기업인 유니캡을 최근 인수키로 결정했다.
삼성전기의 이번인수합병(M&A)은 중장기 금융 불안 속에서 직접 생산라인 설립보다는 생산설비가 이미 세팅된 현지 기업 인수를 발 빠르게 진행해 장기투자 위험을 나름대로 크게 줄였다는 평이다.

이외에 금융 유동성이 좋지 않은 대기업들은 아예 내년 신사업계획을 크게 줄여 위험 부담을 피할 계획이다.
회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는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인해 내년 투자액이 올해보다 조 단위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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