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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쌀 직불금 관리 전면 재정비해야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쌀소득 보전 직불금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한 부재지주들의 호주머니를 불리는 데 쓰였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감사원이 감사를 벌여 14일 공개한 ‘쌀소득보전 직접지불제 운용 실태’에 따르면 2006년에 직불금 수령자중 농사를 짓지 않고도 받아간 사람이 28만여명, 이중 직업이 있는 사람이 17만3497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허위 수령자는 전체 직불금의 17∼28%에 해당하는 1683억원을 타갔다. 부정 수령금액은 지난해와 올해도 1000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분을 자아내는 것은 부정 수령자 중 공무원이 3만9971명이라는 사실이다. 박봉을 받는다는 공무원이 무슨 돈으로 농지를 샀는지 궁금하다. 농업인과 농업법인 외에는 농지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농지법을 위반하는 것도 모자라 차관까지 직불금을 챙기려 할 정도로 ‘돈에 눈이 먼’ 공무원들의 ‘모럴 해저드’에 할 말을 잃는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데는 직불금 관리를 맡은 주무부처의 책임이 크다. 농지 면적을 부풀리거나 농지 소유주와 실제 경작자가 이중으로 신청해서 직불금을 타가는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실경작 농가 53만명 중 7만1000명이 직불금을 수령하지 못하거나 아예 신청조차 못해도 수수방관했다. 농림해양수산부는 지난 7일에서야 ‘쌀소득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감사원 또한 국회의원이 폭로할 때까지 감사내용을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서둘러 실태를 발표했다.

직불금 부정 수령과 혈세 누수를 막기 위해서는 철저하고도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공직자를 포함하는 관련자의 형사처벌과 부정 수령금의 국고 환수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실경작 확인과 사후관리 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경작자에게만 직불금을 지급하고 소득이 3500만원 이상인 가구는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가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 여야는 이번 일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부재지주들의 배만 불려주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