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亞은행 10년전 외환위기때 닮아”

유정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5 20:50

수정 2014.11.05 11:11



최근 인도와 홍콩 일부 은행의 예금인출 사태는 10여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를 연상시킨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지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내실을 다져왔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이 아시아 은행들을 다시 비춰봐야 할 정도까지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현 상황은 외환위기 당시와 닮아있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비록 위기 원인이 당시에는 아시아 내부에 있었다는 점이 지금과 다르지만 수년간의 고도성장에 따른 은행의 외형 성장은 닮아 있다. 또 세계시장의 투자자들이 비관적으로 바뀌고 현금 부족에 직면하면서 아시아 경제와 아시아 통화가치에 의문을 품기 시작해 위기가 촉발됐다는 점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외국인들의 매도는 시장에 투매를 불러왔고 결국 통화가치 붕괴와 경기후퇴를 불러 왔으며 아시아 지역 은행도 심각한 상황에 몰렸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아시아 은행들이 체질을 강화해 당시와 같은 외환위기, 금융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게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아시아 은행들의 경기둔화 대처 능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 뿌리를 둔 이번 금융위기에서 유럽 은행들과 달리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노출된 아시아 은행들은 거의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8월까지 전세계 은행들이 털어낸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자산 5000억달러 가운데 아시아 금융기관들이 상각한 규모는 일본을 포함해 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재무건전성이 크게 좋아진 점 역시 고무적이다. 지난 97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은행들의 평균 자기자본비율(TIER 1 CAPITAL)은 5%에도 못미쳤지만 지금은 10%를 넘었다.

메릴린치의 아시아태평양 금융기관 리서치 책임자 알리스테어 스카프는 “아시아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은 10년 전과는 비교조차 하기 어렵게 좋아졌다”면서 “지금 당장 재정상태 개선을 위해 자금조달에 나서야 하는 은행들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직접 노출이 작다고 하더라도 세계적인 흐름에 대해 아시아 은행들이 면역력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FT 분석이다.

자금조달 비용 상승, 자산가치 붕괴, 세계경기 둔화 전망은 물론이고 이에 따른 아시아 지역 수출업체와 내수 둔화를 피해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FT는 특히 해외 단기차입 비중이 높은 한국과 호주 은행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한국과 호주 은행들은 아시아 다른 은행들에 비해 예대율이 훨씬 높아 자금경색 고통이 더 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막대한 외환보유액과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아시아 은행들이 이전 같은 위기 상황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dymnapap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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