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16일 6시“묵시적 신변보호 요청 외면으로 피해..국가, 배상 책임 없다”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5 14:28

수정 2014.11.05 11:14


묵시적으로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가 외면당해 피해를 입었더라도 국가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02년 8월 당시 26세 직장인이었던 조모씨(여)는 헬스클럽에서 알게 된 한모씨와 사귀다 청혼을 받았다. 그러나 한씨가 이혼남이고 2명의 자녀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헤어지려 했다.

그러자 한씨의 폭행이 시작됐다. 주먹 등으로 조씨를 때리는가 하면 흉기를 들이대며 “도망치면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협박도 했다.

2004년 9월에는 공기총과 시너를 들고 조씨 집 앞에 나타나 “조씨를 데려오라”며 분신소동을 벌여 경찰관 5명이 출동했지만 한씨는 입건되지 않았다.
결국 조씨는 며칠 뒤 “신속히 수사해 구속해달라”며 한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조씨가 한씨의 아이를 가졌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애정문제로 치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열흘 뒤인 10월 초 조씨는 직장으로 찾아온 한씨에게 “아이를 지웠다”고 말했다가 이에 격분한 한씨가 휘두른 흉기에 수십차례 찔려 살해됐다.

조씨 부모는 경찰이 신변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원심에서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16일 조씨 부모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한씨가 조씨를 괴롭혀 온 점 등에 비춰 조씨의 생명·신체에 계속해서 위해를 가할 잠재적·추상적 위험이 있었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국가가 초법규적·일차적으로 위험 배제를 위해 조씨의 신변보호에 나서지 않으면 생명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닐 경우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관련 법령을 준수, 직무를 수행했다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yccho@fnnews.com조용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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