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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나의 키스더뮤지컬] 브로드웨이 인 드림즈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6 16:17

수정 2014.11.05 11:07



창작뮤지컬을 표방하는 ‘브로드웨이 인 드림즈’를 응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작권을 두고 대기업과 각을 세우고 있어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 데다 원작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한가닥 기대는 했다. 올 초 국립극장에서 처음 만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42번가’에 크게 실망한 이유도 있고 전후사정이야 어찌 됐건 창작을 위한 노력은 버릴 것이 없다 여겼다. 흥행에 실패해도 직접 만든 스무곡의 넘버는 건질 것이요, 아무리 미숙해도 우리 배우들이 이력서에 ‘탭댄스’ 경력을 넣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독이며 객석에 앉았건만 아쉬움은 짙고도 짙다.
창작이라고는 하지만 1930년대의 배경을 2008년으로 옮긴 것 빼고는 달리 신선함이 없다.

열악한 음향시설과 이가 빠진 듯한 각색이 가장 큰 문제다.

탭댄스가 대부분인 이 작품에서 ‘따닥 따닥’하며 울리는 경쾌한 소리는 그야말로 노른자위다. 그런데 이 소리가 좀 이상하다.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배우가 춤을 추는데 들쭉날쭉 들린다. 어떤 때엔 30명의 배우가 내는 탭소리가 주인공 한명의 것보다 훨씬 작기도 하다.

귀를 찌를 듯 커졌다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기어들어가는 소리 탓에 ‘탭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튼 게 아닐까’란 오해까지 했다. 이에 제작사는 ‘소리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해 그런 것이지 녹음테이프를 튼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다분히 극적이어야 할 몇몇 장면이 영 맨송맨송한 것도 안타깝다. 여주인공 미쉘하트가 뜻하지 않게 오디션에 합격하는 장면, 캐서린이 또 다른 애인인 닉 톰슨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기쁨이나 슬픔처럼 비교적 단순한 감정을 뚜렷하게 살리지 못하는 건 왜일까.

걸핏하면 등장하는 말장난식 개그는 작품의 격을 떨어뜨린다.

‘당신이 여기 책임자인가요?’ ‘난 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책임자를 ‘책의 임자’로 해석한 말)’

‘척(등장인물의 이름)! 그런 것 하나 척척 알아서 못하나?’

바로 이런 것들 말이다.

결국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붙잡는 건 배우들이다. 이들 중 몇몇은 위에 나열한 단점을 명백히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쇼를 위해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저작권 분쟁 때문에 활발히 홍보할 수 없어 이벤트로 좌석을 채우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넘어야 할 산도 많고 건너야 할 강도 많다.
그럼에도 매번 최선을 다하는 배우와 스태프들의 순수한 열정만큼은 한 줄의 값진 경력이 돼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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