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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모자와 황금날개] 박병로·문재일을 만나다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6 16:39

수정 2014.11.05 11:07

▲ 기업소설 ‘고깔모자와 황금날개’를 연재할 중견 작가 박병로씨(오른쪽)와 젊은 화가 문재일씨. 그들은 한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경기 침체로 우울한 샐러리맨들에게 희망을 주는 글과 그림을 그리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소설은 오는 20일부터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사진=박범준기자

‘고깔모자와 황금날개’ 연재를 앞두고 중견 작가 박병로씨와 젊은 화가 문재일씨가 만났습니다. 그들은 한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미국발 금융위기와 함께 소설에 대한 구상과 등장 인물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박 작가와 문 화백은 경기침체로 우울한 샐러리맨들에게 희망을 주는 글과 그림을 그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열띤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박병로(이하 박)=느리게 살기를 실천하고 무소유 등을 추구하는 고상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돈에 애면글면하는 삶이 난폭하고 어처구니 없어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돈 때문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이 문제가 항상 무겁고 심각합니다. 저는 이번에 연재하는 소설을 통해 ‘평범한 사람도 마음만 먹으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까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이나 비관적이라고 단언하더군요. 하지만 소설을 쓰는 저는 게임의 룰이 공정하기만 하다면 웬만큼 접근할 수 있다고 조금은 낭만적인 생각을 가져봅니다. 그래야 소설이니까요. 돈을 버는 게임은 공부나 스포츠, 전자오락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게임이고 전혀 다른 재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일(이하 문)=제 경우에는 4년 전부터 화분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모든 걸 화분에 담아 표현하고 있지요. 지난해 개인전도 열었는데 제 작업에서의 화분의 이미지들은 저의 자아의 표현입니다. 저는 자아를 화분에 심어 자라게 하고 있습니다. 화분의 자아들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변합니다. 자아들은 다름아닌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처음에는 소외받은 계층의 얼굴에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얼굴이 돼 점차 둥글둥글해집니다.

▲박=인생의 막다른 골목은 여러 곳에 있습니다. 노숙자 집합소나 자살 사이트 같은 곳이지요. 이런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회생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이것도 제가 이 소설을 쓰는 모티브의 하나였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이들이 성공하려면 재능이나 신뢰, 우정이나 의리 못지않게 기적 같은 요행이 있어야 합니다. 소설문학의 낭만성은 바로 그런 데 있지요. 그러나 소설은 본질적으로 인간에 대한 탐구입니다. 돈을 좇는 다양한 모습의 인간군상을 그려보려고 합니다.

▲문=사실 저도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화분 작업에서 꽃은 화원에서 판매가 되는 것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화분의 제 꽃들은 꽃을 파는 가게에서 자기를 등장시키려고 노력하고 스스로 몸값을 높이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합니다. 좀 더 치장하고 명품을 걸치고 자신의 꿈을 펼치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아이들은 명품을 걸친 화분을 보며 자랍니다. 이번에 연재하는 박 작가의 기업소설에서도 그런 점을 표현해 보겠습니다.

▲박=문 화백의 그림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거기 얘기가 있다니 소설을 쓰는 저로서도 반갑고 힘이 납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2008년 현재의 한국사회입니다.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금융환경 에피소드들이 미국 발 금융위기를 통해 현실화돼 무척 놀랐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는 소설 속의 상처받은 영혼들이 새삼 우리 이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저는 이번 소설에서 북한에서 자본주의(시장경제와 기업경영) 학습을 하러 온 고위층 딸의 에피소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돈과 물질의 속성에 대해서 모르는 북한 아가씨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의 경제 이론을 학습하도록 하는 일종의 알레고리입니다.

▲문=오는 11월에 저는 개인전을 엽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화분에 9명의 꼬마들이 등장합니다. 꼬마들은 사업가나 의사 등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지요. 꿈을 키우는 그 애들의 생각을 표현할 것입니다. 그중 포르노 배우나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마침 이번 박 작가의 소설도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맥락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소설 속의 환경을 이해하고 화분에 그 환경을 고려하여 등장인물을 심어보겠습니다.

▲박=사람들의 만남은 운명이거나 과학입니다. 파이낸셜뉴스와 소설가 박병로, 박병로와 화가 문재일…. 소설의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神 혹은 절대자, 자본, 음모)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다양한 경력과 발굴되지 않은 재능을 가진 실패한 인간 군상들이 만나 겪는 좌절과 성공, 슬픔과 행복, 복수와 화해를 통해 탐욕이 빚어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시스템에 대해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정리=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작가 박병로 약력

중견 작가 박병로는 전북 고창 출생으로 경기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 소설가 이문열 선생의 추천으로 '세계의 문학' 봄호에 중편소설 '뱅에'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80년대 민중적 정서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천착하는 중편소설집 '고리'를 비롯해 장편소설 '숨어있는 신'(중앙일보), '님이 오시는가'(책세상), 그리고 비소설 '한국의 장수하는 대통령들'(노년시대신문)을 펴냈다. 작가는 지난 2006년과 2007년에 장안대 디지털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창작을 강의하는 한편, 10여 곳의 대기업 사사를 집필했으며 100여명의 사회 각 분야 유력한 고위인사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화가 문재일 약력

젊은 화가 문재일은 서울 출생으로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2004년 대안공간 '꽃'갤러리에서 'OPEN전'을 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05년 문화일보 갤러리에서 '사랑과 이별전', 2006년 대안공간 숲에서 'AWARD전', 2007년 서울 T-SPACE에서의 'Artist Day', 2008년 갤러리 정에서의 신진작가 공모전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펑키한 리얼리티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현대판 풍자화가라는 닉네임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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