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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과 성악도’ 노트르담서 만나다

왼쪽을 대중성. 오른쪽을 예술성의 영역이라 해두자. 아마 뮤지컬이란 장르는 살짝 왼쪽에 치우친 중간 어디쯤 있을 게다.

그렇게 보면 오는 24일부터 경남 김해 문화의 전당 무대에 오르는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두 신예 박성환과 최수형은 정반대의 길에서 걸어온 인물이다.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음유시인 그랭구아르 역에 낙점된 박성환(27)은 2006년 남성 5인조 아이돌그룹 S.N.A로 가수 신고식을 치렀다.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그랭구아르역을 맡은 박성환.
“가수로는 딱 6개월간 활동했는데 홍보가 부족해서 결국 접게 됐죠. 그후론 학교로 돌아가 연기공부를 했습니다.”

미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팀내 리더이자 보컬인 그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하지만 학생으로 돌아간 그에겐 또다른 기회가 주어졌다. 뮤지컬 관련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꿈을 꾸게 된 것이다.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익힌 뮤지컬 넘버가 바로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의 시대’예요.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악보를 주며 무조건 외워 오라고 하셨죠. ”

‘대성당의 시대’는 그랭구아르가 이야기의 포문을 열면서 부르는 노래로 뮤지컬의 가장 첫머리에 울려퍼진다.

이 작품과의 인연은 우연을 가장해 한번 더 왔다. 뮤지컬 ‘돈주앙’ 오디션에 참가한 그는 자유곡으로 ‘대성당의 시대’를 준비했고 그의 노래를 들은 오리지널팀 심사위원은 ‘당신은 돈주앙이 아니라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아르 역을 맡아야 한다’고 적극 추천했다.

뮤지컬 ‘그리스’의 순수청년 두디와 ‘위대한 캣츠비’의 캣츠비로 무대에 선 경험이 있는 박성환에 비해 최수형(30)은 진짜 신참이다. 오디션 때 최고의 노래실력을 선보인 덕에 만장일치로 근위대장 페뷔스 역을 맡은 그는 종교음악과를 나와 클래식 성악가를 꿈꾼 인재다.

고등학생 때만 해도 노래를 부른다는 것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대학 시절을 거치며 노래를 업으로 삼아야겠단 결심을 굳혔다.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페뷔스 역을 맡은 최수형.

“안정적인 직장을 구한단 생각에 MBC합창단에 들어갔습니다. 가요프로그램에서 코러스를 하고 행사장에서 아카펠라를 하는 게 전부여서 혼자만의 노래를 부르고 싶단 욕심을 좀 냈죠.”

서른이 될 때까지 노래 부르는 재주 하나만 믿고 산 최씨에게 연기나 무대경험은 큰 부담이다.

“아예 백지 상태가 되기로 했어요. 최수형이란 사람은 세상에 없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고집을 버리자.”

결국 그는 배우들 사이에서 ‘스펀지’로 불리게 됐다. 재는 것 없이 가르쳐주는 그대로 노래하고 연기한단 뜻이다.

당초 그랭구아르를 지원했던 그는 오디션 장에서 페뷔스에 어울리는 인상과 음색을 가졌단 이유로 노선을 바꿔 타게 됐다. 하고 싶은 역이 아니어서 서운하지 않았냐는 질문엔 다소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랭구아르와 페뷔스의 차이를 잘 몰랐어요. 그냥 페뷔스의 비중이 커보여서 부담이 덜한 배역을 지원한 건데 이렇게 됐네요.”

지난해 ‘노트르담 드 파리’는 윤형렬, 박은태, 문혜원 등 굵직한 신인을 배출하며 관심을 모았다. 그 탓에 이들이 갖는 부담도 남다를 텐데 박성환은 나이답지 않게 의젓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가 맡은 배역을 소화해내지 못하면 배우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객석에서 저를 바라보는 수십개, 수백개의 눈동자가 어깨에 짐이 될지라도 기꺼이 감당하고 싶습니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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