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글로벌 ‘벼랑끝 경기’..공포가 현실로

채지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6 17:08

수정 2014.11.05 11:07



금융위기가 다소 완화되나 싶더니 이제는 실물경제 타격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하는 한편 경기둔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약세장 속의 감짝 반등’이라는 우려는 맞아들어가는 듯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11%나 폭등하며 금융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였던 뉴욕증시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급기야 15일에는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유럽과 남미 등의 증시도 맥 없이 무너져 내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경기침체로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유가는 배럴당 75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1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금·구리 등 원자재 가격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현상은 금융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각종 경제지표들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이미 전 세계 경기침체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각국 정부가 공조해 수많은 대책을 내놓으면서 금융위기에 따른 ‘급한 불’은 어느 정도 진화했다고 해도 경기침체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다. 특히 국내 경제의 3분의 2를 떠받치고 있는 소비지출은 ‘풍전등화’ 신세다. 이날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매판매는 3년래 최대 폭인 1.2% 감소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 0.8%를 훌쩍 넘어섰으며 1991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또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뉴욕주 제조업 활동을 나타내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가 9월에 -24.6을 기록했다고 밝혀 제조업계 역시 경기침체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고용시장도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펩시콜라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각각 3300명, 3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기업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고용불안은 소비위축, 기업매출 감소 그리고 또다시 감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하면서 미국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공개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보고서 ‘베이지북’은 지난달 미 전역의 경제활동이 둔화됐다며 앞으로의 전망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4·4분기 경제성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미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한편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날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실물경제 핵심산업 주식인 광업·철강·전기·전자·자동차 등의 지수가 크게 하락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더했다. 앞서 독일의 경제연구소 Ifo, IfW, RWI, IWH 등은 전날 발표된 공동보고서에서 “독일 경제가 이번 가을께 침체에 빠져들 것”으로 진단했다.

아울러 헝가리와 우크라이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금융위기가 동유럽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이 지역 경제도 안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비교적 건실함을 유지하던 일본 경제도 세계적인 경기침체 파동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한 일본에서는 금융산업은 물론 부동산, 부동산투자신탁(리츠), 수출기업들도 위험에 노출되면서 경기둔화는 이미 가시화되는 형국이다.

최근 리츠기업 뉴시티주택투자가 파산한 데 이어 중견 보험사 야마토생명이 2700억엔의 투자손실로 파산했다.
주오미쓰이트러스트홀딩스은행은 2008회계연도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6%나 감소하는 등 금융관련 기업들의 고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등지의 소비지출 감소로 인해 소니, 도요타 등 일본 대표적 수출기업들도 올해 목표이익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일본 경제가 많은 부분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 경제침체는 일본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jiyongchae@fnnews.com 채지용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