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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늘어도 실업률 떨어져?

김한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6 17:16

수정 2014.11.05 11:07



‘3.3→3.5→3.4→3.2→3.0→3.1→3.1→3.1→3.0%.’

올 1월부터 9월까지의 실업률이다. 통계로만 보면 올 초반에는 고용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5월 이후 안정세로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2월까지 먹구름만 끼어 있던 고용시장은 지표와 달리 3월 이후 찬바람이 불더니 9월에는 아예 꽁꽁 얼어붙었다. 취업준비자와 취직이 안 돼 그냥 쉬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실제 실업률은 1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신규취업자 수는 1월(23만5000명)과 2월(21만명) 20만명 이상이었지만 3월(18만4000명)에는 10만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4월(19만1000명) △5월(18만1000명) △6월(14만7000명) △7월(15만3000명) △8월(15만9000명) △9월(11만2000명) 등 7개월째 20만명을 밑돌고 있다. 특히 9월 신규취업자 수는 2005년 2월(8만명) 이후 3년7개월 만에 가장 적다. 고용시장이 갈수록 악화되는데도 실업률은 3% 중반에서 초반으로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실업률은 더 기이하다. 신규취업자 수가 30만명에 육박했던 2007년 9월(29만2000명)의 실업률은 지금과 똑같은 3.0%였다.

상황이 이러니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8월 실업률을 발표한 8개 나라 중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가장 낮다. 미국(6.1%)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핀란드(5.6%), 스웨덴(5.2%), 일본(4.1%) 등보다도 크게 낮았다.

이 같은 현상은 실업률을 계산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이다. 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가운데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 취업자와 일을 하지는 않지만 일자리를 구하려고 한 ‘실업자’를 뜻한다.

그러나 일할 수 있는데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이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학원 등에서 취업을 준비하거나 일자리를 찾다가 아예 포기한 이들은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준비자(59만7000명), 구직단념자(13만6000명), 그냥 쉬는 사람(133만3000명) 등 2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을 모두 실업자로 볼 수는 없지만 극단적으로 이들을 실업자로 분류해 계산한다면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10.5%에 이른다.


통계청도 현재의 계산 방식이 실제 고용 현실을 나타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계청이 한때 사실상의 실업자들을 모두 반영한 체감실업률 지표를 개발하려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재 통계는 국제기준인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안에 따라 작성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보조지표를 개발해 고용통계의 정책활용도를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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