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보이는 손’에 증권시장 운명 달렸다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6 19:15

수정 2014.11.05 11:06



시장이 공포에 질렸다. 금융위기가 잠잠해졌지만 실물 경기 위기로 주가 조정이 더욱 커질 것이란 걱정에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16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26.50포인트(9.44%) 급락한 1213.78로 마감했다. 장중 135포인트 넘게 하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오전 한때 코스피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매 동시호가를 5분간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또 발동됐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8번째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대응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의 공포

전일 뉴욕증시는 경기 침체 우려로 폭락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9월 소매판매가 월가의 예상치를 밑돌면서 구제금융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급격히 커졌다.

국내 시장에도 불안감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장중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이란 루머가 돌면서 불안한 심리를 더욱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기 조정은 빠를 수 있지만 악화된 실물경기 회복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부실한 가계와 건설업체가 교점을 형성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문제, 가계의 부실화 위험 등이 추가로 주가에 반영될 소지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지수 저점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키움증권 전지원 연구원은 “한꺼번에 폭락을 하지는 않겠지만 단기 반등과 하락을 반복하며 지수 저점은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9∼11배 사이에서 움직이던 국내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이 최악의 경우 7배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는 손’이 필요하다

국내증시 운명은 정부의 발빠른 대응책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시장의 자율 기능은 이미 실패한 상황이고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 즉 ‘보이는 손’만이 살길이라는 지적이다.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현재 미국과 유럽 등이 실행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은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이 공포 국면을 벗어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하지만 추가 정책대응이 없다면 공포 국면 이후 신뢰 국면으로 진입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급한 것은 경기 부양책으로 경기위기 공포에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풀어 주는 일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변동성 축소를 위한 적극적인 달러 공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1373원을 기록, 전일보다 133.5원 급등(원화가치 급락)했다.

이재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해 있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 축소를 위해 당국의 적극적인 달러 공급과 기업과 은행의 직접적인 외화 유동성 공급과 같은 효율적인 외환보유고 사용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원·달러 환율 안정과 하락은 수입물가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낮추고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를 사용할 여지를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외환위기 당시에는 미국의 호황과 고금리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이 저금리 정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현재는 미국의 경기 둔화와 금리인하로 한국 정책당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재정정책 측면에서도 투입재원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부 추가 대응의 강도는 글로벌 중앙은행 공조나 무제한 달러 투입과 같이 강하고 신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정부는 이제까지 외환시장의 개입 말고는 강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투자심리의 불안이나 오해를 최대한 진정시킬 수 있도록 강한 대책을 신속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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