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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라 ‘18세 순희’ 시절”..최고참 김순희 ‘회춘샷’ 불발

이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6 20:49

수정 2014.11.05 11:06



【여주=이지연기자】 "꼴찌는 했지만 투어에 나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16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골프클럽(파 72·6410야드)에서 열린 '제 9회 하이트컵 여자프로골프 챔피언십(총상금 5억원)' 1라운드. 오랜만에 낯익은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1989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문한 최고참급 선수 김순희(41). 20년간 프로 생활을 하면서 레슨 프로로도 활약했고 대 식구의 며느리이자 아내, 엄마로 '1인 다역'을 능숙하게 소화했던 김순희에게 이번 대회는 아주 특별한 무대다. 지난 2003년 서른여섯의 나이에 KLPGA 투어 생애 첫승의 감격을 안겨줬던 바로 그 대회이기 때문.

1990년 투어에 데뷔한 뒤 첫 딸을 출산했던 1992년만 제외하고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투어에 섰지만 올 시즌 처음으로 투어 카드를 잃고 2부 투어에서 활동했던 김순희는 역대 상금왕 자격으로 대회에 나서며 감회를 더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었던 걸까.

까마득한 후배인 문현희(25·테일러메이드), 이혜인(23·푸마)과 동반 라운드를 펼친 김순희는 전반 9홀에서만 버디는 1개에 그친 반면 더블보기 2개와 보기 5개를 쏟아내며 8타를 잃었고 후반 9홀에서도 2타를 더 잃어 합계 10오버파 82타로 출전 선수 84명 중 최하위에 처졌다.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로 단독 선두에 오른 안선주(21·하이마트)와는 무려 15타차. 4오버파 76타(공동 55위)를 적어내며 미스 컷 기준인 공동 60위 이내에 든 김하늘(20·엘로드), 김주미(24·하이트) 등에게도 6타 뒤졌다.

김순희의 부진은 쇼트게임 난조 때문. 전성기 시절 25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로 유명했던 그답게 비거리는 여전했지만 어프로치, 퍼팅감 난조가 문제였다.


김순희는 "너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골프장이고 어제 프로암에서도 아이언 샷감이 너무 좋아 정말 잘 치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그러나 비록 최하위로 처졌지만 코스에서 발산해 내는 카리스마만큼은 그대로였고 결과를 떠나 그는 '아름다운 꼴찌'였다. 최고참답게 후배들을 다독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라운드를 펼치는 한편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갤러리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순희는 "1년 동안 잠시 쉬면서 투어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
꼴찌는 했지만 좋은 코스에서 후배들과 함께 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선주가 5언더파 67타를 치며 단독 선두로 나선 가운데 '지존' 신지애(20·하이마트)가 1타 뒤진 2위에 자리했다.
3언더파 69타를 적어낸 김송희(20·휠라코리아), 박희영(21·하나금융) 등 4명이 공동 3위 그룹에 포진했고 초청 선수로 출전한 박세리(31)는 '디펜딩 챔피언' 최혜정(24·카스코), 1∼3회 대회 우승자 강수연(32·하이트) 등과 함께 공동 11위(1언더파 71타)에 자리했다.

/easygolf@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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