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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보면 단풍 오는날 알아요” 과학으로 알아본 단풍

이재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6 21:10

수정 2014.11.05 11:06



짙푸른 녹음을 자랑하던 전국의 명산들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지난 3일부터 단풍이 찾아온 설악산은 이번 주말 그 색채의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게 된다.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의 다른 명산들도 이번 주말까진 대부분 단풍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김헌애 주무관은 16일 “주말인 17∼19일 전국적으로 맑은 날씨가 예보된 상태여서 설악산·오대산 등 중부 산간지방에선 절정으로 치닫는 단풍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음 주 초엔 지리산과 치악산 등지에서도 단풍의 절정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찾아오는 단풍은 자연과학이 빚어낸 보물이다. 단풍이 만들어진 과학적 원리를 제대로 알면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의 진수를 만끽할 것이다.


■단풍은 기상과학

기상청은 지난 9월 11일 ‘2008년 단풍전망’을 발표했다. 당시 기상청은 “단풍의 진행 상황은 9월 상순 이후의 기온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올해 단풍은 예년보다 2∼3일 늦게 시작된다”고 예상했다.

이처럼 단풍이 드는 시기는 기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단풍은 일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면 들기 시작한다. 기온이 단풍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대략 1개월가량이다. 즉 10월 초에 단풍이 드는 설악산은 9월 초부터 1개월 동안의 기온을 분석하면 단풍이 언제 찾아오는지 알 수 있다.

또 단풍은 일교차에도 영향을 받는다. 일교차가 크면 단풍이 빨리 든다. 일교차가 크면 그만큼 최저기온도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안보다는 일교차가 큰 내륙 지역에서, 평지보다는 높은 산에서 단풍이 빨리 찾아온다.

단풍은 강수량에도 영향을 받는다. 강수량이 적으면 단풍이 들기 전에 잎이 말라버려 낙엽이 돼 버린다. 또 강수량이 많으면 잎이 일찍 떨어진다. 그래서 좋은 단풍을 보려면 적정 수준의 강수량이 중요하다.

기상청은 이 같은 기상 정보를 종합해 매년 단풍을 예측하고 있는데 과거 예측 자료를 회귀 분석해 만든 단풍예측 모델에 올 해의 예상 기온을 반영해 결과값을 얻고 여기에 일교차 등을 감안한 보정값을 더해 예상일을 결정한다.

■나뭇잎에도 과학이

그럼 단풍이 드는 나무엔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나무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을 떨어뜨려야 한다. 잎에는 수분이 많아 이를 그대로 갖고 있으면 동해(凍害)를 입게 된다.

월동준비의 첫 단계로 나무는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을 만드는데 이 떨켜층이 형성되면 나뭇잎은 햇빛을 받아 만들어낸 녹말(탄수화물)을 줄기로 보내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잎 안에 쌓인 녹말로 인해 엽록소가 파괴되고 대신 ‘카로틴(Carotene)’이나 ‘크산토필(Xanthophyll)’ 같은 노란색을 띠는 색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또 ‘안토시아닌(Anthocyanin)’ 같은 붉은색을 보이는 색소가 새로 생성되기도 한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선희 박사는 “식물들이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해 잎이 낙엽으로 변하는 것을 늦추려고 안토시아닌을 만든다는 것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며 “식물의 생존을 위한 노력들이 인간에겐 아름다운 선물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단풍은 보통 붉은색·노란색·갈색의 3가지 색깔로 나타나는데 단풍나무·신나무·담쟁이덩굴 등은 붉은색이 돋보이고, 은행나무·아까시나무·자작나무는 노란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감나무는 붉은색과 노란색이 섞여 더욱 오묘한 색채를 자랑한다.

김 박사는 “타닌(Tannin) 성분이 있는 참나무류나 너도밤나무의 나뭇잎들은 낙엽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잘 보면 커피색의 아름다운 단풍을 품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 가을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환경적 인자는 온도, 햇빛, 수분공급”이라며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크고 하늘은 청명하며 일사량이 많다면 가장 좋은 색채의 단풍을 볼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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