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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역후광 효과’..유망지 주변 미분양 늘어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6 21:22

수정 2014.11.05 11:05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김모씨(38)는 최근 광교신도시 첫 분양물량인 ‘울트라 참누리 아파트’ 112㎡를 지역 1순위에 청약했다. 이 주택형은 지역 1순위에서만 경쟁률이 21.41대 1에 달해 당첨 가능성은 낮지만 그는 떨어지더라도 인근의 다른 미분양 아파트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생각이다. 앞으로도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광교신도시 추가 분양 물량에 다시 도전하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광교신도시 분양 물량은 첫 분양에서 ‘대박’을 기록, 확실한 유망지라는 검증까지 받은 만큼 그는 이 곳의 분양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노릴 계획이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주택시장이 ‘똘똘한 한 채’ 소유로 재편되면서 수원 광교신도시, 인천 청라지구 등 특급단지로 청약시장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비해 이들 특급단지 인근지역은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광교신도시 ‘울트라 참누리’아파트는 수도권 1순위 접수 결과 총 1만1004명(733가구모집)이 몰려 평균 1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청라지구 서해그랑블 336가구도 최고 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모두 마감됐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의 인기와는 달리 해당지역 인근 사업장에서는 미분양이 더 늘어나는 등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경기 수원과 용인, 인천 등의 분양사무소들을 대상으로 미분양 물량을 집계한 결과 광교신도시 인근인 용인지역 미분양은 올해 3월 332가구에서 6월 2850가구로 급증한 뒤 8월에 2570가구로 다소 줄어드는 듯하다가 9월 2618가구로 다시 늘어났다. 수원지역 역시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미분양이 31가구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지난달 현재 1219가구로 늘었다.

■핵심단지,한정된 수요 빨아들여 주변은 ‘역후광 효과’

업계 관계자들은 청약대기자들이 과거처럼 주요 지역 인근까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지역은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처럼 유망지역 인근에도 청약자가 몰리거나 집값이 상승하는 등의 ‘후광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다. 대신 이들 유망 분양물량을 기다리면서 인근지역엔 미분양이 더 늘어나고 집값이 떨어지는 ‘역(逆)후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용인 신봉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A건설 관계자는 “광교신도시로 청약자들이 대거 몰렸다고 해서 낙첨자들이 우리 아파트로 오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광교신도시와 이 지역 청약예정자들이 겹치는데 그쪽으로 몰리면서 사실상 우리 수요는 크게 줄어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과거엔 유망 아파트 분양 시점에서 인근 아파트도 덩달아 인기를 끄는 현상이 지배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현상은 완전히 사라졌다”면서 “후광 효과가 사라진 대신 역후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광교신도시나 청라지구에는 수요자가 대거 몰리면서 유망 지역이라는 ‘검증’까지 받았으니 향후 집중 현상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집값이 하락세여서 수요는 한정되는데 이마저 한쪽으로 수요가 쏠리니 주변지역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공급 대폭 늘어나는 택지지구 인근도 역후광효과

역후광 효과는 인기지역뿐 아니라 대규모 주택공급이 예고된 지역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곳이 경기 오산세교2지구와 화성 동탄신도시 인근 등이다. 이들 지역은 수도권 외곽에 위치해 서울 수요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대규모로 주택공급이 늘어나면서 주변 지역 집값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순위 내 청약을 마친 오산 세교2지구 휴먼시아는 1060가구 모집에 87.5%인 928가구나 미달됐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본부장은 “약세장에서는 소비자가 청약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오산 세교, 동탄 지역은 수도권 수요를 잡기 어렵고 현지 수요가 한정돼 있는 데 비해 향후 대규모 공급이 이뤄질 경우 주변 집값엔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유망지역 후광효과는 기본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때 발생하기 때문에 향후 신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대폭 늘어난다면 앞으로 후광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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