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기자수첩] 유통업체 ‘가격보다 질’을/김기석기자



한 주부가 양손에 1000㎖ 흰우유를 들고 고민하고 있다.

하나는 대형마트 자체브랜드(PL·PB) 제품이고 다른 하나는 제조업체브랜드(NB)이다.

잠시 고민하던 이 주부는 NB 제품을 내려놓고 결국 자체브랜드 제품을 카트에 실었다.

지난 주말 찾은 한 대형마트 유제품 코너에서 본 장면이다.

최근 대형마트에서는 자체브랜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물가에다 향후 경기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의 자체브랜드 비중은 20% 안팎까지 늘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자체브랜드 제품을 사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말 마음놓고 먹거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제품의 질이 좋을까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은 자체브랜드 제품에 대해 유통혁신을 통해 생산된 것으로 제품의 질은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6일 소비자원이 내놓은 대형마트 자체브랜드와 NB 제품간 가격, 품질 보고서는 다른 결과를 말하고 있다.

자체브랜드 제품 가격이 저렴하기는 하지만 일부 제품의 경우 주요 성분 함유량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불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자체브랜드 상품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체들은 앞으로도 소비자를 위해 자체브랜드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를 위해 보다 신경을 썼으면 하는 게 있다.

가격이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제품의 질에 대해서도 한번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자체브랜드 제품의 질이 어느수준까지만 올라간다면 매장 앞에서 두 가지 제품을 들고 고민하는 소비자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김기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