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벤처캐피털 “투자라뇨? 꿈도 못꿉니다”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9 16:36

수정 2014.11.05 11:01



환율 속등으로 벤처캐피털(VC) 투자기류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달러를 해외로 송금해야 하는 신규 해외투자는 기피하는 반면, 투자회수 또는 투자하려고 환전한 달러를 보유하는 전략으로 급선회하는 VC들이 늘고 있다.

근본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불안감이 투자심리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가파르게 치솟는 환율상승이 그나마 추진하려던 해외투자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1100원대에서 최근에는 1300원대로 급등했다.

■해외투자 NO,달러보유 YES

실제 중국 현지 VC와 손잡고 펀드를 결성하려던 A창투사는 얼마 전 투자를 돌연 취소했다. 리스크 고조가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지만 환율상승도 이 같은 판단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말 1150∼1160원 정도에 달러를 환전한 A창투사는 다음날부터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데다 글로벌신용경색이 한층 심화되자 투자판단을 재고했다. 현재까지 달러를 계좌에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환율상승으로 달러당 약 200원(17%)의 환차익을 기록해 짭짤한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투자를 회수한 자금과 배당금은 차곡차곡 쌓아두는 추세다.

B창투사는 이달 초부터 달러베이스로 국내로 송금된 투자회수 자금과 펀드 배당금을 환전하지 않고 은행에 보관 중이다. 배당의 경우 재투자하거나 투자자(LP)들에게 분배하는 게 통상적이다.

업계관계자는 “환율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워 지금 해외투자에 나서는 게 쉽지 않다”며 “실물경기 침체에다 보통 2∼3년이 걸리는 투자회수 시점에 환율이 현재보다 하락할 경우 투자손실은 물론 환손실까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헤지를 할 수 있지만 투자 규모가 크지 않으면 비용문제로 잘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포럼,열기 급랭

환율 폭등은 VC들의 국내투자뿐 아니라 해외투자마저도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실제 한국벤처캐피털협회가 주관하고 회원사인 VC들이 대거 참여했던 ‘중국포럼’이 올해는 한파를 맞고 있다. 지난해 참여 규모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VC들만이 신청했다.

지난 2006년 협회 주관으로 처음 시작된 중국포럼은 중국투자 유의점, 투자성공사례, 외국 VC들이 보는 중국시장 등 국내외 VC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국투자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투자환경 등을 반영해 행사명은 매년 바뀌며 올해는 ‘중국투자진출 전략세미나’로 확정,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지난해에는 국내 40여곳과 중국 현지 VC 등 국내외 총 100여개 VC들이 얼굴을 마주했다.


하지만 올해는 해외투자 기피로 썰렁하기 그지없다.

현재 참여의사를 밝힌 국내 VC는 당초 예상했던 30여곳에도 크게 못미치는 12곳에 불과하며 참여율이 저조하다 보니 상하이벤처캐피털협회와 공동주관마저 무산됐다.
국내 12개 VC들만이 중국 상하이에서 현지 투자에 대해 논의하게 된 것.

이번 중국포럼에 불참의사를 밝힌 C창투사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악화에 환율까지 폭등하는 상황에서 신규 해외투자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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