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조선주 주가 급락..“투명성 저해 득보다 실” 논란

안상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환율 급등으로 환헤지 평가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조선업체들이 장부상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길이 열렸다. 감독당국이 파생상품 평가 관련 회계처리를 기존과 달리 변경함으로써 자본금을 늘어나게 해주겠다는 것.

조선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미실현평가손실 때문에 경제적 실질과 달리 회계상으로 자본 잠식을 우려했던 상황에서 한시름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일관성 있어야 할 회계처리 기준을 업계 상황에 따라 유리하게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회계투명성을 해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전 처리방법으로 작성했던 재무제표와의 비교가능성 저하에 대해서도 나온 대책이 없다.

증시 반응도 차갑기만 하다. 포장만 바뀔 뿐 펀더멘털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22일 코스피 시장에서는 조선대장주 현대중공업이 12.42%나 하락하며 시가총액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10.45% △현대미포조선 -8.91% △대우조선해양 -7.38% 등 조선주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현재 조선사들은 '현금흐름 위험회피 회계'라는 회계방식을 적용해 환헤지를 위한 미실현 파생계약 평가손실을 당기손실로 처리하지 않고 자본금에 직접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와 같이 환율이 하락세를 탈 경우 자본금이 늘게 되지만 올해와 같이 환율이 급등할 경우 평가손실분만큼 자본금이 깎이게 된다. 지난해에는 아무말도 없던 조선업체들이 장부상 자본 급감으로 부채비율이 최고 1000%를 넘게 되면서 해결책을 제시해달라고 아우성을 쳤던 것.

대우조선해양을 예로 들면 이렇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자산은 10조4984억원이며 부채와 자본이 각각 9조8709억원, 627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573%에 이른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68%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이 치솟은 것은 자본이 크게 감소하면서다. 최근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헤지를 위한 통화선도 파생계약 손실분 1조2731억원이 자본에서 직접 차감됐기 때문.

그러나 이번 금감원이 발표한 대로 '공정가액위험회피 회계'로 한다면 대우조선해양의 자본은 1조9006억원으로 높아지고 부채비율은 519%까지 뚝 떨어지게 된다. 환율상승에 따른 선박도급금액에서의 환차익이 통화선도부채에서의 환차손을 상쇄하게 되기 때문.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우려됐던 조선업체들의 재무구조는 이번 방안으로 표면적으로는 일단 개선될 전망이다.

1573%에 달했던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519%정도로 낮아지는 것을 비롯해 △STX조선 부채비율 1479%→451% △삼성중공업 1396%→704% △현대중공업 442%→322% 등으로 바뀌게 된다.

NH투자증권 안지현 연구원은 "이번 회계기준 처리방안 변경으로 투자심리는 다소 회복될 수 있겠지만 수주전망이나 업황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단순히 밸류에이션 측면만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회계업계 역시 이번 변경으로 표면적인 자기자본 탈피보다 회계투명성 저해로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회계기준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방안을 찾는다고 했지만 이전 기준으로 작성한 재무제표와의 차이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도 문제다. 또 2009년에 국제회계기준(IFRS) 조기 적용으로 기능통화를 원화가 아닌 달러화로 전환하면 환차손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지만 2008년 재무제표에 대해서는 구제해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논의에서 제외됐다는 후문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재무제표에 주석으로 명기하거나 기업설명회(IR)차원에서 밝히는 등 개별 기업들 차원이 아닌 이상의 대책은 아직은 안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교가능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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