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신경계를 파괴하는 독성을 지닌 물질인 DDT는 2차대전이 끝난 후 전염병을 옮기는 곤충들을 박멸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농사에도 큰 도움을 줘 식량 증산에 기여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됐다. 뮐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DDT의 영광은 오래 가지 못했다.
특히 ‘흰머리수리’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 원인을 파악하던 과학자들도 DDT 농도가 높은 흰머리수리는 알의 껍질이 얇아 부서지기 쉽고 부화되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
미 과학자들은 이어 DDT가 어떻게 흰머리수리에 전달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DDT가 매우 안정된 구조로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으며 몸 속의 지방 조직에 저장돼 몸 밖으로 쉽게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
농사를 위해 뿌린 DDT는 토양과 지하수를 통해 강과 호수로 흘러들어가고 플랑크톤에 흡수된다. 그리고 이를 섭취한 작은 물고기를 다시 큰 물고기가 먹고 마지막엔 흰머리수리에게 가게 되는 과정에서 DDT의 양은 거의 그대로 전달됐다. 이런 DDT의 농축 과정을 알게된 과학자들은 결국 최종소비자인 인간이 가장 많은 DDT를 갖게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이같은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DDT를 농약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후진국에선 말라리아 등 전염병 예방을 위해 지금도 DDT를 사용하고 있다.
/economist@fnnews.com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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