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오바마시대] ‘오바마 정부’ 누가 이끌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09 17:56

수정 2008.11.09 17:56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미국을 이끌어야 할 막대한 짐을 지게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그의 짐을 나누어 지게 될 실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앞으로 오바마 당선자가 추구해 나갈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싸움 닭’으로도 불리며 강성노선을 내달려온 램 이매뉴얼 하원의원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내정한데 이어 7일(현지시간) 소집한 경제자문단 회의에서는 라틴계인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로스앤젤레스(LA) 시장을 경제 자문위원으로 전격 발탁했다. 향후 강력한 진보정치와 보다 적극적인 소수계 기용을 예상할 수 있도록 하는 대목이다.

특히 미 최대 흑인 대통령 탄생에 발맞춰 흑인 인사들의 대거 주류 정치계 입문이 전망된다. 이매뉴얼 비서실장 내정자를 비롯, 경제자문단 회의 참석자 등의 면면을 통해 앞으로 구성될 오바마 행정부를 미리 살펴본다.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 사회가 보수에서 진보로의 획기적인 전환을 맞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이매뉴얼 기용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이매뉴얼 비서실장 내정자는 지난 6년간 하원의원을 지내면서 ‘람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경한 의정활동을 펼쳐온 대표적인 진보인사다.

오바마 당선자의 지역구인 일리노이주 출신으로 지난 클린턴 행정부 당시 정책보좌관을 지내기도 한 이매뉴얼 비서실장 내정자는 이후 투자은행에도 근무했다. 강한 의욕과 추진력을 가진 실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진보적 행보를 보였던 클린턴 행정부 인물들이 정권인수팀의 핵심 요직에 임명되는 한편 내각과 백악관 참모로 거론되면서 오바마 정권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인수팀장으로 임명된 존 포데스타는 클린턴 비서실장 출신으로 미국진보센터(CAP) 소장이며 이외에 클린턴 측근으로 알려진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오바마 당선자의 이 같은 인사에 대해 집권 초기부터 초강경 진보정책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당면한 최대 과제인 경제위기 해소를 위해 소집된 경제자문단 회의에는 억만장자 투자가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로렌스 서머스, 로버트 루빈 전 내무장관,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로저 퍼거슨 전 FRB 부의장, 윌리엄 도널슨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 등 선거운동 과정에서 오바마 당선자에게 자문해온 경제자문팀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리처드 파슨스 타임워너 회장, 앤 멀케이 제록스 회장 등 기업인들도 자리를 함께 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외에 비야라이고사 로스앤젤레스(LA) 시장과 자동차업계 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시간주의 제니퍼 그랜홈 주지사 등도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앞으로 이들이 오바마 경제정책의 핵심브레인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이번 회의 참석자들의 구성은 세간의 큰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비야라이고사 LA 시장의 정권인수 경제자문팀 합류는 앞으로 소수계의 발탁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히스패닉계로는 처음으로 2005년 LA 시장에 당선된 비야라이고사는 지난주 오바마의 선거운동 지원을 위해 뉴멕시코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 경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전국 공동의장을 맡기도 했지만 오바마가 경선후보로 확정되자 그를 지원해 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클린턴 행정부의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또 다시 오바마 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재기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서머스는 재무장관으로 재임하던 1999∼2001년 당시 미국의 경제성장에 큰 몫을 담당했으며 특히 실물경제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로 현재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경제를 이끌어 나갈 적임자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2006년 사임 전까지 5년간 하버드대 총장을 지내는 동안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내 진보세력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또 세계은행 근무 당시 인구가 적은 아프리카 국가에서의 독성 쓰레기 저장소 건립을 지지한 사실도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차기 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떠오르는 또 다른 유력 인물인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총재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정책과 밀첩하게 연계돼 있어 오바마의 개혁을 이루기에는 적합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묵인했으며 월스트리트 최고경영자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월스트리트와 정가의 생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강력하면서도 공정한 정책을 펴온 행정가라는 점에서 금융계는 가이스너 총재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차관을 지낸 가이스너 총재는 방콕에서 국제학교를 다녔으며 일본과 인도에서도 생활한 바 있다. 또 뉴욕의 싱크탱크 외교관계협의회에서도 활동하는 등 국제통으로 평가받는다.

루빈 전 재무장관도 물망에 올라 있지만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강화에 반대한 이력이 오바마 당선자의 코드에 맞지 않는 다는 지적이다.

한편 흑인계 인사들의 주류사회 편입도 눈여겨볼 만한 사항이다. 선거 기간 중 적극적인 후원활동을 펼쳐온 오바마의 흑인 인맥들이 차기 정부에서 실세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의 흑인 인맥은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 네트워크, 하버드 로스쿨 클럽,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연방정부 관료집단 등 세 그룹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애리얼캐피털매니지먼트 설립자인 존 로저스가 선거캠프 선거자금 모집책으로 중대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선거 당일 오바마 당선자와 함께 농구를 할 정도로 막연한 사이인 로저스 회장은 현재 공식적인 경제팀 구성에는 하마평이 오르내리지 않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비내각 경제 참모로서 오바마의 오른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jiyongchae@fnnews.com 채지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