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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져보고..실험하고..‘살아있는 과학관’ 가볼까∼

이재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09 21:40

수정 2008.11.09 21:40



“우리나라엔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과학관이 왜 없을까.” 이런 탐구적인 욕구를 채워줄 마땅한 공간이 없던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만한 첨단 과학관을 갖게 됐다. 한국 과학관의 새로운 메카가 될 ‘국립과천과학관(이하 과천과학관)’이 바로 그곳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경기도가 총 4500억원을 들여 2년6개월 만에 첫선을 보이는 과천과학관은 세계가 인정하는 미국 ‘익스플로라토리움’이나 프랑스 ‘라빌레트과학산업관’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장기열 국립과천과학관장은 9일 “14일 문을 여는 과천과학관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필즈온(Feels-On) 전시를 표방한다”며 “과학과 자연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진 과학문화 종합테마파크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1만9127㎡ 규모의 전시면적에 4203점의 전시품을 갖춰놓고 미래의 과학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과천과학관을 미리 가봤다.

■체험 위주의 학습장

과천과학관은 기초과학관, 자연사관, 전통과학관, 첨단기술관, 어린이탐구체험관 등으로 꾸며진 상설전시관과 주제를 정해 일정기간 운영하는 특별전시관으로 구성됐다.
특징은 전체 전시물의 51.6%가 작동·체험형 전시로 채워졌다는 것. 특히 4∼10세 어린이들이 소꿉놀이하듯 과학 원리를 탐구할 수 있는 어린이탐구체험관은 97.2%가 실험·실습 환경으로 꾸며졌다.

기초과학관에 들어서면 ‘테슬라코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테슬라코일은 50만볼트의 전압과 접지 사이의 강력한 스파크를 통해 전기에너지의 이동을 환상적인 불꽃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또 지진체험실에선 지진시뮬레이터에 탑승, 4분30초 동안 진도 7의 지진을 3차원 입체영상과 함께 느껴볼 수 있다. 어린이들이 놀이동산보다도 더 재밌는 체험을 하며 과학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자연사관은 신기한 볼거리로 가득 차 있다. 1947년 러시아에 떨어진 실제 철운석을 직접 만져볼 수 있으며 길이가 72㎝에 달하는 세계 최대 삼엽충도 볼 수 있다. 특히 미국 캔자스에서 발견된 ‘틸로사우루스’의 뼈대는 당시 원시시대 공룡들의 생활을 상상하게 된다.

미국 해양대기청에서 들여온 지구관측시스템인 ‘SOS’는 과천과학관의 또 하나의 자랑이다. 직경 25m의 돔 위에 기상과 수온 등 현재 지구의 상태를 보여주는 이 장비는 미국 외의 국가에 처음으로 설치된 전시물이다.

또 전통과학관에 가면 조선시대 로켓포인 ‘대신기전’과 정평구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비차’ 등도 만나게 된다.

■과학관의 미래는 ‘갸우뚱’

이렇듯 야심차게 준비한 과학관이지만 5∼10년이 지난 후에도 수준 높은 전시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규모나 전시물 면에서 세계 수준을 자랑한다지만 운영예산과 인력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라빌레트과학산업관의 경우 1000여명의 전문인력이 연간 2000억원(2004년 기준) 이상의 예산으로 운영한다. 반면 과천과학관은 고작 77명이 관리와 운영을 한다. 이 인원 중 연구직 인력은 21명밖에 안 돼 전문인력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다. 내년 책정된 운영예산도 186억원밖에 안 된다.


장 관장은 “과학관은 건설비의 10분의 1 수준을 재투자해야 끊임없이 새로운 전시로 과학관을 꾸밀 수 있다”며 “항상 새로운 과학을 만나고 다시 찾고 싶은 과학관을 만들기엔 현재 책정된 예산이 절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 정부가 공무원 인력 동결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인력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앞으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좋은 과학관을 후세에 물려주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사진설명=교육과학기술부와 경기도가 2년 6개월간 총 4500억원을 들여 오는 14일 개관하는 과천과학관의 내부 모습. 한국 과학관 역사의 새 장을 열 과천과학관은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시설로 만들어졌으며 연말까지 일반에 무료로 개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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