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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우주선의 속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23 16:48

수정 2008.11.23 16:48



우주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우주선이 지구중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내년에 발사할 ‘KSLV-Ⅰ’은 지구중력을 벗어나 우주로 가기 위해 초당 7.9㎞의 속력으로 나는 우주발사체다.

속도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우주공간이 너무 넓어서다. 달과 화성, 그 너머의 우주를 탐사하기 위해선 빠른 속도로 날 수 있는 우주선이 필요하다.

현재 기술로 가을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이웃은하 ‘안드로메다’로 탐사를 떠난다면 빛의 속도로 달려도 230만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낼 수 있는 우주선의 속도는 매우 느리다. 현재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우주선은 지난 1976년 태양을 향해 발사한 미국의 헬리오스 2호로 초당 70㎞를 난다. 이것은 초당 30만㎞를 달리는 빛 속도의 0.00023%에 불과하다.

이에 공상가들은 오래 전부터 빠른 우주선과 비행법을 상상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드라마 ‘스타트랙’에 등장하는 엔트플라이즈호의 ‘워프 항법(공간 이동 추진)’이다. ‘워프항법’이란 우주선이 우주공간을 종이 평면의 한 지점에서 한 지점까지 선을 그어 가듯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를 아예 접어 단숨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비행법이다.

최근 미국 베일러대학의 제럴드 클리버 교수팀은 이 같은 우주여행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우주의 ‘암흑에너지’를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고안한 ‘암흑에너지’란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에너지로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과 달리 물질들을 서로 밀어내는 힘이 가진 미지의 에너지다. 우주공간에는 별과 생물체 등을 이루는 일반물질은 겨우 4%에 불과한 반면 무려 74%가 ‘암흑에너지’다.

연구진은 우주선 앞부분에 있는 암흑에너지를 ‘0’ 이하로 떨어뜨리면 이 주변의 공간은 수축하는 반면 뒷부분의 공간은 암흑에너지로 인해 팽창해 우주선을 밀어주고 빛보다 빨리 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0m 크기의 우주선을 암흑에너지로 움직이게 하려면 목성 질량(지구 질량의 약 318배)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 필요한 만큼의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갈 것으로 측정했다.

하지만 이런 초광속의 우주선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많은 문제가 있다. 먼저 우주선이 출발할 때 거대한 에너지 발생장치를 이용해 출발했다면 이 우주선을 멈추기 위해서도 똑같은 거대한 에너지 발생장치가 필요하다. 다음은 가속도 문제다. 엄청난 속도의 변화로 생기는 중력가속도 때문에 우주선에 탄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잃을 위험도 있다. 시간의 문제도 있다. 빛의 속도에 가까울수록 시간은 느려져 빛의 속도에서 시간은 정지한 것과 같고 빛보다 빠른 초광속이라면 시간은 거꾸로 흘러야 맞다. 만약 먼 미래에 초광속 우주선이 탄생해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하다면 미래에서 온 방문자는 이미 우리의 세상을 방문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은 듯하다.

우주에는 빛보다 빠른 속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대성이론을 확립한 아인슈타인이 실수로 발견한 암흑에너지가 빛보다 빠른 우주여행 방법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글=정홍철 스페이스스쿨대표·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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