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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웃지 못할 전화위복



SK텔레콤이 올 들어 잇따른 해외사업 좌초에 실망해야 했지만 뒤이어 터진 세계적 불황으로 지금은 실패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좁은 국내시장이 포화 상태로 성장이 한계에 달하자 김신배 사장의 진두지휘하에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 왔다. 이 때문에 올 들어서도 중국, 미국 등지에 투자를 검토해 왔고 이때 만약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더라면 생존을 위협하는 화를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

23일 SK텔레콤 관계자는 "올 하반기 5조원가량이 들어갈 미국 스프린트 지분 매입과 중국 차이나모바일 추가 투자 결정을 늦춘 것이 오히려 지금은 SK텔레콤의 현금유동성 걱정을 덜어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안도하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SK텔레콤은 미국에서 가상이동망서비스(MVNO)를 하겠다며 '힐리오' 사업을 시작, 3년간 4000억원이 넘게 투자했지만 성공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지난 7월 버진모바일에 4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차에 과감하게 잘라내는 결단을 한 것. 그 대신 5조원 정도의 현금과 미국의 사모펀드들을 동원, 미국 3위 이통사업자인 스프린트넥스텔 지분을 매입할 계획을 세웠지만 스프린트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중국에서는 2006년 차이나유니콤에 1조원을 투자하면서 중국 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사업에 눈독을 들였지만 중국정부가 CDMA사업을 차이나모바일에 넘기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중국사업 실패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중국 CDMA사업을 위해 차이나모바일에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SK텔레콤은 3·4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해외투자는 변화된 글로벌 환경에 신중히 대처하겠다"며 공격적 해외투자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대기업들도 대규모 투자사업을 거둬들이며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라 SK텔레콤도 당분간은 해외사업을 새로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금은 SK텔레콤이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드라이브하던 때와는 상황이 판이한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해외사업의 방향도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본다"며 방향 전환 가능성을 점쳤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조직구조 재편방안을 놓고 다양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