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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싱가포르의 실업대책/윤경현 싱가포르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04 17:13

수정 2008.12.04 17:13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싱가포르 역시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고용사정은 ‘악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평가다. 해고 근로자 수가 올해 1만명, 내년에는 3만명에 이르러 실업자 수가 1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2.2%인 실업률이 내년에는 4.5%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이자 국영투자회사 테마섹(Temasek)이 최대주주인 DBS가 최근 전체 임직원의 6%에 해당하는 900명을 퇴출시키기로 결정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졸자들을 위한 일자리도 양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예년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평가다. 이에따라 싱가포르는 ‘일자리 구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고 대신 재교육 강화

싱가포르 정부는 근로자 교육훈련 프로그램 ‘SPUR’를 추진키로 하고 내년 예산에서 6억싱가포르달러(약 5700억원)의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생산성 제고, 잉여인력 관리, 신기술 습득에 따른 인력 재배치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42개 평생교육(CET)센터를 통해 이뤄지는 교육훈련 대상자를 현재 11만명에서 내년에는 22만명까지 대폭 늘리고 각 교육기관별로 60여개 전문 프로그램을 개설키로 했다.

이에 앞서 싱가포르 정부는 이달부터 CET센터에서 자격인증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근로자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비율을 높였다. 블루칼라 근로자의 경우 수강료의 90%(기존 80∼90%), 화이트칼라 근로자의 경우 80%(기존 70%)를 지원받는다.

CET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 지급하는 급여 보상금도 40세 미만은 시간당 4싱가포르달러에서 6싱가포르달러, 40세 이상은 4.5싱가포르달러에서 6.8싱가포르달러로 각각 50% 인상했다.

싱가포르 노동부는 SPUR의 실시로 싱가포르 전체 노동인구(180만명·외국인 제외)의 1%인 1만8000명이 해고 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정책결정 과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노·사·정이 상생을 위해 잉여인력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의 노조가 정부정책에 순응하는 노조라고 하나 지금과 같은 위기에 재빨리 노·사·정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부러운 모습이다.

임금 조정 등 노사정 합의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기업이 잉여인력의 감축을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재교육과 탄력근무제, 임금 조정 등의 사전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인력감축이 불가피한 경우 노조 및 노동부에 미리 통보함으로써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따라 노동부와 산하 인력개발청은 싱가포르고용주협회(SNEF), 전국노동조합(NTUC)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 더욱 많은 근로자들이 SPUR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NTUC는 노조가 있는 기업 및 근로자를 대상으로 향후 2년간 5만명을 교육시키는 한편, 기업과 고용비용 감축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키로 했다. SNEF도 고용주들에게 인력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2만명의 근로자와 2000명의 고용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총 5000만싱가포르달러(약 475억원)이 투입된다.

아울러 기업과 노조는 회사 사정에 맞도록 근로시간 단축, 일시 해고 등 다양한 방안을 실시키로 했다.
근로시간 단축 시에는 단축 일수가 주2일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단축기간 중 급여가 기존 급여의 2분의 1 이상이 되도록 했다. 또 일시 해고 기간에도 급여는 기존 급여의 절반을 넘도록 규정했다.


이밖에 임금 조정은 보너스 지급 축소 및 중지, 임금상승률 인하 및 동결 등을 포함해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통상 1개월분을 지급하는 연간임금보상(퇴직금) 지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blue7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