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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산책] ‘위키드’에 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것들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09 13:48

수정 2008.12.09 13:48


‘오즈의 마법사’가 ‘미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소설’일지는 몰라도 우리에게는 ‘제목은 익숙해도 줄거리는 가물가물한 소설’인 것이 사실이다. 원작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써내려 간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괴상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위키드’를 100% 즐기기 위해서는 그 내용과 배경에 대한 충실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위키드’의 유명세만 믿고 표를 구입했다가 웅장한 음악 속의 합창에 묻혀 가사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마법 용어 등 알 수 없는 영어단어들에 치어 줄거리 이해도 못하고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논리적인 구성과 완성도 높은 무대로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오리지널 ‘위키드’를 한국에서도 만나볼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미리 알고 가면 좋을 기초지식을 만들어봤다.

■배경

‘오즈의 마법사’의 이전 이야기로 도로시가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오즈 세계에 오기 전 이미 그곳에서 우정을 쌓은 초록마녀 엘파바와 금발마녀 글린다의 이야기이다.

■줄거리

서쪽 나라 악한 마녀의 죽음을 기뻐하는 오즈 시민들의 축제로 막을 연다.
오즈 세계의 통치자가 된 착한 마녀 글린다가 등장, 엘파바와 처음 만났던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들은 쉬즈 학교에서 첫 만남을 가지게 되고 뜻하지 않게 기숙사 룸메이트가 된다. 서로를 증오하던 둘의 관계는 어느날 파티에서의 공감대 형성으로 급속하게 절친한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이후 함께 에메랄드 시티에 가게 된 둘은 본인의 선택과 운명에 따라 각기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비밀

◇엘파바=‘위키드’의 실제 주인공. 오즈 세계의 통치자였던 엘파바의 아버지가 출장을 간 사이 엘파바의 엄마가 마법사와 바람을 피워 낳게 된 딸로 태초부터 초록 피부와 마술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마녀다. 성미가 급하지만 착하고 똑똑하며 불의를 참지 못한다. 나중에 억울하게도 서쪽 나라의 악한 마녀로 인식되게 된다.

◇글린다=야망을 가진 금발의 미녀로 또래 친구들의 부러움과 인기를 독차지해 공주병 기질이 다분하기도 하지만 천성은 선하다. 나중에 엘파바로부터 마법책을 전수받고 오즈 세계를 통치하는 착한 마녀가 된다.

◇네사로사=엘파바의 여동생으로 장애로 인해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간다. 쉬즈 학교에서 보크를 만나게 되고 그녀는 보크를 운명의 상대라고 착각한다. 이후 마법책을 손에 넣은 엘파바가 동생의 다리를 마법으로 치료해 주게 되는데 이때 바로 네사로사는 빨간 마법 구두를 신게 된다.

◇마법사=오즈 세계의 에메랄드 시티에 사는 마법사는 감정에 예민한 고독한 남자이다. 그는 늘 가족을 가진 아빠가 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오즈의 시민들을 모두 자신의 자식이라 생각하고 대했다고 밝히지만 실상은 전혀 마술을 쓸 줄 모르는 평범한 남성으로 권위와 명예에 눈이 멀어 거대한 기계장치 뒤에 숨어 살며 오랫동안 시민들을 속여온 부패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양철인간=학창시절 글린다를 짝사랑하던 보크는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앉은뱅이 네사로사를 돌보게 된다. 나중에 엘파바의 마법으로 네사로사가 걸을 수 있게 되자 보크는 더 이상 그녀를 돌보지 않아도 되니 글린다에게 돌아가겠다고 고백한다. 이에 격분한 네사로사가 마법책을 훔쳐 아무 주문이나 외우자 보크는 심장이 작아지는 고통을 겪게 된다. 결국 엘파바는 보크에게 심장이 작아져도 죽지 않게 하라는 주문을 외워 양철인간으로 만든다.

◇허수아비=피에로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하며 살기를 바라던 자유로운 청년으로 엘파바, 글린다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글린다의 유혹에 못이겨 연애를 시작하지만 점점 순수하고 정의로운 엘파바에 끌려 결국 엘파바와 진정한 사랑에 빠진다. 이후 위험에 처한 엘파바를 몸바쳐 구하게 되지만 그는 허허벌판에서 처형에 처하게 된다. 사랑하는 피에로를 위해 엘파바는 그의 살이 찢어지지 않도록, 피가 더럽혀지지 않도록, 뼈가 부러지지 않도록, 그리고 절대 죽지 않도록 하라는 주문을 외우고 피에로는 허수아비가 된다.

◇겁쟁이 사자=사실 뮤지컬에서는 사자의 정체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양철인간이 된 보크가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며 엘파바를 죽여야 한다고 오즈의 시민들에게 호소할 때 어린 사자를 직접 전쟁에 맞서 싸우게 놔두었다면 지금 겁쟁이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잠시 언급하는 정도다.

■더 알고 싶은 비밀들

◇동물들의 사연=본래 오즈 세계에서는 동물들이 말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어느날 부턴가 동물들의 언어 구사 능력이 사라지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데 이는 에메랄드 시티의 마법사가 주문을 잘못 외워 벌어지게 된 것으로 엘파바가 마법사에게 분노와 불신을 표출하게 되는 주요 불씨가 된다.

◇회오리 바람이 몰아치게 된 이유=도로시가 오즈의 세계에 떨어지도록 만든 주범인 회오리 바람은 바로 쉬즈 학교 교장의 소행이다. 교장은 사실 마법사의 비서이자 홍보관인 이중 직업을 가지고 마법사와 마찬가지로 역시 권위에 눈이 먼 인물이다. 그녀는 날씨를 변동시키는 마법에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법책을 가지고 달아난 엘파바를 잡기 위해 그녀의 동생을 이용, 회오리 바람을 일으켜 동생이 살고 있는 집 전체를 허허벌판에 떨어뜨린다. 커다란 집채에 깔려 죽은 빨간 구두의 주인공이 바로 네사로사다.

◇엘파바의 죽음=아무 것도 모르는 오즈의 시민들은 엘파바를 사람을 헤치는 악한 마녀로 착각하고 있다. 또한 그녀의 영혼이 더러워 순수한 물로 마녀를 녹여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엘파바는 자신의 죽음 뒤에야 모두가 평화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자진하여 악역을 맡아 시민들과의 싸움에서 죽음을 연기한다. 물벼락을 맞고 모자만 달랑 남긴 채 스물스물 살아지는 엘파바는 사실 지하로 숨어 나중에 다시 피에로와 만나 행복한 삶을 이어간다.

◇엘파바의 출생의 비밀=엘파바 엄마와 함께 바람을 피우게 된 마법사가 바로 에메랄드 시티의 마법사로 그는 결국 자신의 딸인 엘파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장본인이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늘 아버지가 되기를 원했었다며 원통해하지만 이미 뒤늦은 후회였다. 이런 엘파바의 출생의 비밀은 기가막힌 반전이다.

◇엘파바의 모자 속 초록 형광봉=어머니가 남긴 유산이라며 엘파바가 항상 모자 속에 소중히 간직하던 초록봉은 바로 엘파바의 어머니와 실제 아버지인 마법사를 이어주는 매개물이 된다.

■알고 싶은 수치들

◇공식 오프닝 날짜=2003년 10월 30일

◇총 관객 수=초연 이래 브로드웨이에서만 최소 375만명 이상의 관객들이 ‘위키드’의 감동을 마음에 담아 갔으며 현재 예약 판매 액수만도 3000만달러 이상으로 앞으로도 그 감동은 계속될 예정이다. 전세계적으로는 현재까지 1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제작비용=초기 제작 투자비가 무려 1400만달러이지만 이 거액의 투자비는 날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가면서 오프닝 이후 단 14개월만에 모두 회수할 수 있었다.

◇박스오피스 수입=현재까지도 티켓 판매 순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위키드’는 지난해 말 브로드웨이 사상 최고의 주간 매출액(171만5155달러) 기록을 경신한 바 있으며 북미지역 4개 제작사에서만도 약 9만7500만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였다.
또한 영국, 독일, 호주, 일본을 포함한 해외 제작사에서 지금까지 벌어들인 총수입은 10억달러가 넘는다.

/뉴욕=gohyohan@gmail.com한효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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