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벼룩의 간을...’유가환급금 떼먹는 회사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회사원 A씨는 요즘 직장 다닐 맛이 나지 않는다. 딱히 정해 놓은 다른 곳도 없고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당장에라도 때려치우고 심정뿐이다.

연간 소득 36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 지원되는 유가환급금 제도. 연봉이 3000만원이 채 안되는 A씨는 당연히 수령 대상이었고 지난달 24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A씨는 통장에 유가환급금이 입금되는 날 퇴근 무렵, 회사 사장으로부터 황당하지만 결코 웃지 못 할 말을 들었다.

회사에서 차량유지비와 자동차 세금, 보험 등을 지원하고 있으니 유가환급금은 회사 몫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임금 중 일부를 삭감하겠다고 했다.

‘술이라도 한잔 사라’고 할 줄 알았는데 말문이 막혔다. 어처구니없는 논리였고 충분히 반박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사장이 갑(甲)이면 자신은 을(乙)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24만원으로 밉보이기 싫었다. 하지만 그 보다는 더 이상 얼굴도 보기 싫을 정도로 정나미가 뚝 떨어져 그냥 사무실을 나왔다.

A씨는 “고액 연봉으로 유가환급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친구들을 보면 환급받는다고 마냥 유쾌하지는 않다”면서 “그런데 이마저도 빼앗아 가려는 회사를 보니 씁쓸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유가환급금제도는 유가상승에 따른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대중 교통비 부담액의 일부를 세금 환급방식으로 지급하는 정부의 ‘고유가 극복 종합대책’ 중 하나다.

지난해 총급여액이 3600만원 이하인 근로자 또는 종합소득금액 2400만원 이하인 자영업자 등에게 최대 24만원까지 지급됐다.

그러나 사업주들은 이같은 취지의 제도를 잘못 이해하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악의적으로 근로자의 환급금을 갈취한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사업주들의 유가환급금 편취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A씨 경우처럼 환급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임금에서 삭감하는 수법이다.

승용차를 지원하는 기업이나 택시회사 등 일부에서는 운용 차량이 회사소유이고 세금·기름값이 지원되는 점을 근거로 ‘유가환급금=회삿돈’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유가환급금은 차량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유가급등으로 인한 각종 물가상승을 감안한 것이기 때문에 차량이 없더라도 환급금은 나온다.

또 회사 측은 기름 보조금 등과 같은 별도의 지원책이 마련돼 있고 근로자 유가환급금은 소득세를 낮추는 역할을 해 결과적으로 회사에 이익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유가환급금을 제하고 임금을 지급했을 경우 노동법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노동부에 신고를 하면 관할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해당업체에 ‘지도’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인지원센터 관계자는 “유가환급금을 노리는 악덕업주가 있을 수 있으니 충분히 준비해 두라고 직원들에게 교육시켰다”고 전했다.

문제는 정부 지원금이 회사를 통해 지급되지 않고 회사가 근로자로부터 직접 돈을 받아낼 때다. 이럴 경우 노동부에서는 별도로 취할 조치가 없어 순전히 개인이 민·형사적 대응을 해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임금에서 삭감하는 게 아니라면 어디서 담당해야할지 애매하고 경찰이나 검찰 등에 호소해야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근로자가 24만원을 되찾자고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대표를 형사고소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형사적으로 처벌할 조항도 마땅치 않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검찰 관계자는 “제도 목적이 어려운 근로자를 돕는 것인데 당연히 그들이 써야할 것”이라며 “민사는 채무사건 정도가 예사되지만 형사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관계자는 “강도.공갈.사기 등을 검토할 수 있겠으나 적용할만한 정확한 규정이 없다”면서 “민사상으로는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제기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민사로 받아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24만원 때문에 (소송을)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안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30대 남성은 “유가환급금을 회식비로 날렸는데 그나마 이 정도는 애교수준”이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email protected]정지우 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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