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화가 김종학의 ‘설악의 사계展’
‘설악산 화가’로 불리는 서양화가 김종학(71)은 한국 현대미술의 블루칩 작가다. 경희대 최병식 교수가 지난해 미술품 경매시장의 작가별 작품 판매액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김종학의 작품은 96억5000여만원어치가 팔려 이우환(210억원), 박수근(189억원), 김환기(145억원)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그는 젊은 시절 추상화를 그리다가 여러가지 사정으로 좌절에 빠진 1979년 설악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내 멋대로 해보자”고 마음 먹고 이른바 특유의 ‘김종학표’ 그림들을 그렸다. 그의 화풍은 ‘추상적 구상’으로서 1980년대 후반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고 있는 설악산 화가 김종학의 ‘설악의 사계展’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02-542-5543)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1월17일까지다. 생명의 기운이 샘솟는 봄의 설악부터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설악까지 설악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최근작 50여점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여성 누드화와 안경 낀 시절의 자화상, 이중섭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그린 ‘소’ 그림이 첫선을 보인다.
김종학은 설악의 산과 바위, 들판의 풀과 나무 등 설악의 사계절을 현란한 원색의 물감으로, 섞지 않고 그대로 찍어 발라 화면을 구성한다. 세부 풍경을 과감히 생략한 채 자연을 간결하게 재구성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그는 “일반적인 설악의 자연을 묘사하기보다는 설악을 통해 제 자신 속에 내재화된 설악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종학의 설악 풍경은 설악의 자연이 아니라 설악에 살고 있는 작가의 내면풍경인 셈이다.
김종학은 틈만 나면 인사동으로 나와 옛여인들의 조각보나 목기 등 골동품을 수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개인전을 열어 지갑에 들어오는 돈은 자신이 좋아하는 골동품을 주로 구입하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산다고 한다. 요즘도 한달에 7∼10일은 서울에 와 골동품을 만날 수 있는 인사동 일대를 둘러본다.
고희를 넘긴 그이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은 어느 젊은이 못지 않다. 작가는 “설악산은 항상 다른데 아직도 ‘왜 이걸 못 봤지’하는 게 수백가지다. 겨울의 설악은 등뼈가 불거져 입체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진짜 설악산은 겨울에 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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