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통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전략은 ‘내부전열 정비’로 요약된다. 세계 경제가 바짝 움츠러드는 불황기에 대규모 투자나 해외사업 같은 새 일을 벌이기보다 기회를 잡기 위한 숨고르기의 한 해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가 KTF와의 합병 논의를 본격화하는 데 이어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합병, SK텔레콤의 내부 조직 정비 등 올해 통신시장은 굵직한 ‘조직정비’가 화제가 될 전망이다.
■KT, 유·무선·방송 통합 그룹체제 정비
올해 KT의 최대 과제는 유·무선통신과 방송이 통합되는 종합 미디어 그룹의 체제를 갖추는 것. 우선 KT와 KTF 합병이 첫 과제다. KT는 합병 이후 중장기적으로 자회사 정비를 거쳐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방안을 기획 중이다.
유선·무선 통신사업 중심으로 짜여진 회사구조를 통신과 방송을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전환하는 것이 최종 그림이다. 이석채 사장후보가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공식 선임되는 오는 14일이 그룹체제 정비의 시작점이다.
KT 관계자는 “방송·통신의 융합서비스로 인터넷TV(IPTV)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KT는 IPTV로 얼마나 수익을 높일 수 있고 장기적 성장을 위해 어떤 사업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구체적 전략을 숙성시키지 못했다”며 “그룹체제 정비와 함께 융합시장에 대비한 숙성된 전략을 마련하는 게 올해의 최대 과제”라고 설명했다.
■SK텔, 생존기반 위해 투자-신사업 속도조절
올해 SK텔레콤의 새 수장이 된 정만원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생존’할 수 있고,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는 조직체제 마련”을 요구했다. 투자사업의 속도를 조절하고, 신규사업의 성장가능성을 심층 분석하라고도 주문했다. 신성장 동력을 찾아 신규사업을 벌이는 게 최근 4∼5년간 SK텔레콤의 모습이었다면 올해는 내실을 다지면서 기회를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곧 SK텔레콤은 각종 국내외 투자사업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비용 유연화와 군살빼기 등 체질개선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도 데이콤과 파워콤의 합병이 올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주식시장에 상장한 파워콤을 LG데이콤이 합병하는 작업이다. 통신업계는 양사의 사업모델이 기업용과 개인용으로 뚜렷이 구분되는데다 지주회사 지휘 아래 합병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큰 논란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합상품으로 가입자 지키기 경쟁
대신 매출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 태세다. 기존에 확보해 놓은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결합상품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KT는 IPTV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지키기에 나설 작정이다. KT 관계자는 “최근 통신시장 경쟁은 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까지 패키지로 뺏는 경쟁”이라며 “당분간 KT의 IPTV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지키고 KTF의 이동전화 가입자를 결합상품으로 묶어 KT그룹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도 “현금창출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입자당 월평균 사용액(ARPU)을 늘리고 가입자 기반을 강화하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정 사장의 주문을 실현하려면 가족할인요금 같은 SK텔레콤의 상품은 물론, SK브로드밴드의 IPTV와 초고속인터넷, TU미디어의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이 모두 동원돼야 한다는 게 SK텔레콤의 내부 분석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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