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하고 떨어져?"..IMF세대가 88만원세대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05 09:04

수정 2009.01.05 14:55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경험한 서울대 졸업자들이 불황을 이기는 취업전략을 내놨다.

5일 서울대에 따르면 최근 학교 홈페이지 초기 공지화면에 신년 희망 메시지로 ‘10년 후의 후배들에게 IMF 세대가 전하는 불황을 이기는 서울대식 전략’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 글은 1998년 IMF 구제금융 당시 사회에 진출한 서울대 출신 직장인 4명이 쓴 것으로, 이 졸업생들은 10년 뒤 더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88만원 세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글을 썼다고 밝혔다.

안영리씨(소비자학과 93학번)는 ‘월 30만원 인턴으로 시작한 공연기획자의 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학 졸업을 앞둔 1998년 말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유학의 꿈이 좌절됐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졸업 후 미학이나 음악학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에 유학할 꿈을 갖고 있었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일단 접어야 했다”며 “그러나 정부지원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문화 공연 분야에서 7년간 일한 뒤 2006년 5월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올해 5월 카네기멜런대에서 예술경영 석사과정을 졸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대 나와서 떨어졌다’는 충격에서 우선 벗어나야 한다”는 ‘실용적’인 충고도 있었다.

서울대 강사인 전상민씨(소비자아동학부 95학번)는 대학원을 졸업한 뒤 처음으로 ‘만만한’ 회사에 입사 서류를 냈을 때 면접에 오라는 연락도 없이 1차에서 떨어진 충격적인 경험을 털어놓았다.

전씨는 “당시 ‘서울대 졸업했는데 서류에서 떨어진다’는 데 당황하고 서러워하고 있었다”며 “알고 보면 기업은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뽑을 뿐이고 떨어지더라도 절망감에서 벗어나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순수학문을 전공했다는 것이 취업과 직장 생활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격려도 있었다.


종교학과를 나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된 성진경씨(91학번)는 “인문학 전공자들이 ‘시장’에 나와 취직했을 때 전공 선택에 대한 후회와 콤플렉스에 빠져드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며 “시장이란 이론대로만 움직이는 것도, 수학적 분석에 따르는 것도 아니어서 종교학과에서 배운 논리력과 직관적 사고가 상황 판단에 큰 도움이 됐다”고 격려했다.

이밖에 이공계 학생들에게 ‘보상이 적은 것 같다고 해서 한눈을 팔지 말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세계적인 정보기술기업 구글에 다니는 정재웅씨(컴퓨터공학과 94학번)는 “엔지니어로 살아가다 보면 거의 모두에게 찾아오는 방황의 순간들이 있다”며 “후배들에게 그것들을 극복하고 행복한 엔지니어가 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yjjoe@fnnews.com조윤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