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이장규 증권부장
지난 2007년 6월 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대우증권 김성태 사장은 그해 5월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리스크(위험) 관리’와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를 강조했다. 주식시장 활황세에서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기대했던 기자들은 ‘뜬금없는’ 주문으로 받아들여졌다. ‘역시 관리형’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그의 선택은 빛을 발하고 있다. 선제적인 리스크관리와 유동성 확보를 통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금융위기 속에서도 공격적인 경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기초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특히 리스크관리 시스템과 심사기능, 컴플라이언스 기능을 시스템화하는 일에 주력했죠. 취임 이후 1년 넘게 시스템화에 주력한 결과 다양한 위험을 크로스 체킹(교차점검)할 수 있었고, 그것이 위기를 넘기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대우증권은 이미 지난 2007년 8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불거진 이후 공격적인 투자와 영업부문 축소에 돌입했다.
또 유동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듯한 행보를 걸었다. 고객들이 맡긴 돈으로 주식을 사는 트레이딩 규모를 하루 10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줄이고 주가연계증권, IB 부문 비중축소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섰던 것.
특히 지난해 초 고객의 자산관리를 위해 고객 돈으로 산 주식비중을 축소하는 등 증시 폭락에도 대비했다. 일부 고객과 회사 임원들이 반대했지만 결국 실행에 옮겼고, 지난해 잔인한 10월(폭락장)을 넘길 수 있었다.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조기경보체계’를 가동해 과도한 투자위험 노출을 사전에 방지하고 전략적으로 위험관리를 진행한 덕분이다.
위기를 넘긴 대우증권은 덤으로 고객의 신뢰도 높아졌다. 고객의 리스크까지 관리해 준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미리 위험에 대비했던 대우증권은 지난해 자산관리 부문에서 오히려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다.
“최근 4개월 동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적립식펀드, 은행연계서비스인 다이렉트 위(Direct we)를 통해 대우증권 고객 80만명을 늘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시장점유율도 0.5%포인트 상승하는 등 불황기에도 시장을 확대한 유일한 증권사가 됐죠.”
김 사장은 올해 좀 더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계획이다.
“반세기 만에 최악이라는 현재의 금융시장 혼란을 대우증권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선 고객기반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 많은 고객을 대우증권으로 모셔 와야 향후 금융시장 환경이 좋아졌을 때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한 자본시장통합법에 철저히 대비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업무, 상품을 준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지만 무엇보다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고객들에게 꼭 맞는 상품이 추천되도록 하고 사후 서비스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대우증권 역사상 처음으로 경영목표에 ‘고객만족 경영’을 내세운 이후 올 경영목표에도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리딩 금융투자회사’를 내걸었다.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해외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해외 IB 투자에도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빠른 회복이 기대되는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네트워크 확대를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새로운 자금조달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슬람 금융권 시장, 정부차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으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글로벌 얼라이언스(Global Alliance)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도할 계획입니다.”
아시아 및 이머징마켓 7개국의 1위권 금융회사와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함에 따라 앞으로 인수금융업무, 회사채발행 주간, 해외주식거래 중개 등 다양한 상호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김 사장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자산관리, IB 부문의 균형 성장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IB’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자통법 시행에 맞춰 IB 부문의 신용공여 업무, 금리선물과 같은 선물업 영위 등 법으로 허용된 모든 업무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지난해부터 트레이딩 사업부 내에 있는 금융공학부와 FICC파생부 등을 중심으로 신종 금융상품 개발을 위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고객 특성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겁니다.”
상품 개발은 물론 고객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기업은 물론 개인 고객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산관리 컨설팅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다.
대우증권의 목표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김 사장의 향후 전략이 궁금했다.
“자산관리와 브로커리지, IB 부문이 상호 균형을 이루며 성장하는 발전 모델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한국형 IB 모델입니다. 성공적인 선진 IB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따라서 대우증권은 국내 증권산업에서 수익규모가 가장 큰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향후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자산관리(WM) 분야 수익비중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안정적 수익기반을 바탕으로 선진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투자은행으로서 핵심 영역인 IB 부문을 키워 국내 및 우리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해외 지역을 발굴해 나간다는 것.
김 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에도 인프라 구축에 대한 욕심과 속내를 밝혔다.
“IB 부문과 관련된 리스크 관리 시스템 확립에 강조점을 두고 위험조정성과관리(RAPM) 체계 도입, 심사 프로세스 강화를 위한 심사부 신설 등 리스크 관리 인프라 구축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큰 시장으로의 진출과 도전을 위한 전제조건을 갖추자는 의미죠. 잘 구축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동남아 각 지역 1위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IB 투자를 확대할 생각입니다.”
/정리=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은..
말은 아끼는 편이다. 일부에선 '은둔형 최고경영자(CEO)'로 평가하거나 숫기가 없거나 조심스럽다(샤이·shy)는 평가를 내놓는다. 하지만 그는 토론과 대화를 좋아한다.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방문때는 기자들과 금융시장을 주제로 3시간 가까이 토론했을 정도.
김 사장은 1975년 씨티그룹에서 기획보좌 업무로 시작, 10년 이상 현장 트레이더로 일하면서 외환·채권·파생상품 거래를 경험한 보기 드문 글로벌 금융전문가다. 영어 실력도 수준급이다.
씨티은행, 뱅커스트러스트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20여년간 근무했으며 LG종합금융 상무, LG투자증권 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은행, 종금, 증권 등에서 영업분야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면서 풍부한 실무와 금융 지식을 쌓았다. 정확한 판단력과 추진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에는 LG종합금융의 어려운 상황을 주도적으로 대처, 원만하게 헤쳐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사장은 일반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등 합리적이고 부드럽다는 평을 듣는다. 주변에선 '지장(智將)'과 '덕장(德將)'의 모습을 갖춘 CEO로 평가한다.
실제로 그는 지난 12월 밤늦게까지 업무를 하고 있는 영업점과 고객지원센터 여직원들에게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라'며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무릎담요를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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