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작전명 발키리(원제 Valkyrie)’를 보다 즐겁게 관람하기 위해선 몇 가지 역사적 사실을 미리 알아두는 게 좋을 듯하다. ‘발키리’라는 영어식 발음보다는 ‘발퀴레’라는 독일식 발음으로 더욱 친숙한 게르만 신화 몇 토막과 이를 바탕으로 한 바그너의 음악을 한번쯤 들어보는 것도 좋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작전명 발키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를 암살하려 했던 독일 레지스탕스에 관한 영화. 이번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는 이 계획의 중심에 섰던 독일군 장교 클라우스 폰 슈타펜버그 대령(1907∼1944) 역을 맡았다. 세계사에 그리 밝지 않은 관객이라도 히틀러가 암살되지 않고 전쟁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번 영화는 결국 실패한 암살계획이 어떻게 진행됐고 왜 실패했는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유대인의 피가 흐르는 연출자(‘유주얼 서스펙트’ ‘엑스맨’ 같은 영화를 만든 브라이언 싱어 감독)가 영화의 제목을 ‘발키리’로 정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게르만 신화에 등장하는 발키리(발퀴레)는 날개 달린 말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여신들의 무리. 이들의 임무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용감한 전사자들의 영혼을 천계로 이끄는 것으로 바그너의 음악극 ‘발퀴레의 비행’에 묘사된 그들의 모습은 강인하고 아름다운 여신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발키리는 신화적 의미로만 사용되고 있는 건 아니다. 바그너의 음악을 특히 좋아했다는 히틀러는 자신이 암살되거나 소요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담은 비상계획을 미리 수립해 놓았는데 그 작전명이 바로 발키리였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히틀러는 “바그너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고선 이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말을 던지기도 한다.
이번 영화에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바그너의 ‘발퀴레의 비행’이 잠깐 흘러나오기도 한다. ‘발퀴레의 비행’은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에서 미군 장교 역을 맡은 로버트 듀발이 평화로운 베트남 마을에 네이팜탄을 쏟아부을 때 흘러나왔던 음악. 요란한 현악기와 고음의 금속악기가 어우러지면서 급박한 상황을 알리는 듯한 느낌의 이 음악은 이번 영화에서 중대기로에 선 폰 슈타펜버그가 결기를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된다. 12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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