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경총-한노총 ‘비상대책회의’ 기대 크다

파이낸셜뉴스

재계와 노동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손을 잡았다. 경총과 한국노총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노사정과 시민사회단체, 학계, 종교계를 총망라하는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구성을 공동 제안한다”고 밝혔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을 노사를 대표하는 두 주체가 자발적으로 합의했으니 요즘 같은 때 이보다 다행스러운 일이 없다. 정부는 하루속히 ‘비상대책회의’가 가동돼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나올 수 있도록 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위기 때 가장 무서운 게 바로 일자리 상실이다. 해고는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 사회 기반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10여 년 전 외환위기 때 우리는 중산층 몰락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그로 인한 양극화 논란이 수년간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같은 잘못을 이번에도 되풀이 해선 안 된다. 노사 대타협은 또 한해 수십만명씩 쏟아져 나오는 신규 노동력 흡수를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노사 간 합의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켜 왔을 뿐이다. 이달 초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고통분담을 외면한 채 고용보장만을 요구해 빈축을 샀고 지난 19일 현대차 노조는 뜬금없이 파업을 결의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경총과 한노총의 공동제안은 공멸로 가려는 분위기를 공생으로 반전시킬 좋은 기회다. 무더기 해고를 피할 바람직한 방안으로는 일자리 나누기가 꼽힌다. 나누기가 성공하려면 노사 양쪽이 한 발씩 물러서야 한다. 회사는 감원을 자제하고 노조는 임금동결 또는 감봉을 각오해야 한다.

경총·한노총이 비상대책회의에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종교계를 두루 포함시키기로 한 것도 올바른 선택이다. 사실 불황의 최대 희생자는 노조의 바람막이조차 없는 영세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근로자 등 소외계층이다. 이들의 의견을 반영할 창구가 있어야 한다. 노동계의 또 다른 축인 민주노총은 이번 공동 제안에서 빠졌다. 나중에라도 민노총이 합류하면 좋겠지만 불참하더라도 신경쓸 것 없다.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대타협을 마다할 국민은 민노총 외엔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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