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경제 살릴까] (상) 車·IT산업으로 불황 돌파
【로스앤젤레스=강일선특파원】 미 국민들은 오바마 정부가 공황상태에 처한 경제를 회생시키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붕괴 위기에 처한 자동차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정보기술(IT) 업계가 오바마 정부에 거는 기대는 대단히 크다.
미국 자동차산업은 경쟁력 약화와 시장의 한계성,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격감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어 자체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은 미국의 IT업체들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시장환경 속에서 자금난과 수요 감소로 인해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이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과연 이들을 회생시킬 수 있을까.
■자동차산업
지난해 10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오바마는 자동차산업의 파국을 결코 방관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자동차산업이 와해될 경우 대규모 실업자 발생과 함께 미국 경제의 축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와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부시행정부에 압력을 행사,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대한 174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돈은 그러나 3개월 정도 지탱하는 데 필요한 경비에 지나지 않는다. 오는 3월까지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하면 자금 회수와 함께 추가적인 지원이 차단된다. 2개월 후엔 ‘빅3’는 지난해 10월과 비슷하거나 훨씬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오바마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계속해서 자동차산업에 돈을 퍼부을 것인가. 마틴 펠트스타인 국가경제리서치센터(NBER) 소장을 비롯한 많은 경제분석가는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빅3’는 결국 파산하고 말 것이라고 예상한다.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쏟아붓지 않는 한 자동차산업의 회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결국 자동차산업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제공하기보다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즉 무역협상을 통한 자동차 수출 확대와 외국 자본 유치를 통한 기업 인수다. 또 자동차산업의 체질개선과 미래형 자동차 개발과 같은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함으로써 경쟁력 제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빅3가 서둘러 전기자동차나 태양열전지 등 그린에너지 개발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새 정부는 빅3로 하여금 외국 기업들과 제휴 등을 통해 자생력을 확보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이탈리아 피아트사가 크라이슬러 지분 35%를 인수한 것이 좋은 예다. 앞으로 유럽과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GM이나 포드 등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미국과의 직접적인 무역마찰을 피하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바마 정부는 그러나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자동차산업의 자체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경제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면서 자동차 업체들의 파산을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T, GT산업
오바마 정부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바로 IT와 그린기술(GT) 산업이다. 오바마 정부가 구상 중인 유효수요의 확대전략은 바로 IT와 GT 등 신기술과 토목건설업의 접목이다. 바로 ‘그린뉴딜 정책’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돈을 줌으로써 구매력이 있는 유효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초고속통신망과 그린에너지는 오바마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미국은 광역통신망은 잘 갖춰져 있으나 일반 가정으로 통하는 근거리통신망은 한국, 싱가포르, 일본에 비해 크게 낙후돼 있다.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 형태가 주류를 이루는 데다 집들이 산개해 있어 광가입자망(FTTH·Fiber To The Home)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오바마 정부는 재임기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린에너지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사업이다. 다만 그린에너지는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에 비해 생산원가가 비싸고 유통구조에 어려움이 많아 아직까지는 화석연료보다 경제적 가치가 낮다. 또 그린에너지 관련 업체들에 세제혜택을 주는 한편, 화석에너지에 대한 세율을 높여 점차 그린에너지 사용을 늘려나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오바마 정부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신기술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IT업체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현재 펜타곤과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확보해 놓은 최첨단 전략기술들을 민간 기업들에 이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990년대 초 클린턴 행정부는 미 국방부가 갖고 있던 네트워크와 인터넷 기술을 민간에 공개함으로써 일본이 선도해 오던 로봇 등 하드웨어 중심의 패러다임을 일시에 무너뜨리고 미국 중심의 소프트웨어 체제로 바꿔놓은 예가 있다.
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수요기반이 총체적으로 흔들리는 데다 미국 정부는 최악의 예산부족 상태에 봉착해 있다. 이로 인해 IT와 GT 등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재원조달에 차질이 빚어져 오바마 정부가 내세운 그린뉴딜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 시각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