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용 동물들 “우리 아니면 비아그라도 없었다구요”
순수한 유전자와 혈통을 추구하며 인간보다 족보를 더 따지는 동물들이 있다. 이들은 철저히 관리된 음식을 먹고 오염도가 제로에 가까운 물을 마신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의 생활공간엔 미세먼지조차 없고 온도와 습도가 쾌적하게 유지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귀하게 자란 이들의 몸값은 얼마일까.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1만원에서부터 시작해 수천만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한 가지씩 병을 안게 된다. 운이 좋으면 치료에 성공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의학, 제약을 망라하는 생명기술(BT) 분야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으며 주목받는 이들은 바로 ‘실험동물’이다.
오리엔트바이오 장재진 대표는 27일 “각종 생명관련 기술들이 인체에 적용되기 전에 꼭 먼저 거쳐야 하는 단계가 바로 동물실험”이라며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선 전 세계가 믿을 수 있는 동물실험이 선행돼야 하며 그 중심에 실험동물이 있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은 BT의 필수조건
최근 쏟아져나오는 BT 분야 연구성과들은 대부분 동물실험 결과를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포스텍 류성호 교수팀는 지난 21일 패혈증을 포함한 감염질환에 치료효과가 있는 ‘펩티드(단백질의 구성요소)’ 화합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물질은 인체의 면역 방어기제를 높여주는 신개념 패혈증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실험쥐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22일 발표한 충남대 송민호 교수팀의 비만과 당뇨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도 실험쥐 작품이다.
BT 기술의 기초연구 단계엔 이 같은 동물실험이 필수 코스다. 그 이유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어려운 신약 임상시험이나 독성물질 평가, 수술적 처치 등을 실험동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실험동물은 쥐. 작은 쥐인 마우스는 백혈병과 유방·폐암 등 암 연구에, 큰 쥐인 랫은 고혈압이나 간염·간암 등의 연구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에도 동물을 이용한 실험은 많이 진행됐다. 하지만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연구 결과를 믿을 수 있는 완벽한 동물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적당한 비용만 내면 누구나 고품질의 동물모델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또 어떤 나라의 어느 회사가 만든 동물모델을 사용해 실험했는지가 실험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척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 치 오차도 없어야
실험동물들은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사육된다. 이들은 유전적, 미생물학적, 환경적으로 관리되는데 이 중 어느 것도 빠짐없이 모든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우선 동물의 유전자는 부모 또는 유전적 환경에 오염될 수 있다. 이는 실험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 또 바이러스나 기생충, 박테리아가 실험동물에 침투하면 질병에 걸리거나 보균상태가 된다. 면역력도 생긴다.
특히 실험동물은 면역력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미세먼지는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막아야 한다. 온도나 습도는 동물에 따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최상의 상태로 맞춰야 한다. 사료나 물 같은 먹이 관리도 중요하다.
실제 실험동물들은 아미노산이나 비타민 같은 영양소를 일정하게 공급받고 있으며 필터링과 화학처리를 거쳐 오염이 제거된 물을 먹는다.
동물들의 이런 관리 이력들은 모두 기록돼 평생 따라다닌다. 기록엔 언제 태어나 무엇을 먹고 자랐는지, 주변 환경은 어땠는지(심지어 음량과 조명까지 기록된다), 혈액과 조직, 체중 등 건강상태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연구자에게 전달될 때 환경은 어땠는지 등이 총망라된다. 이런 기록이 필요한 이유는 실험상의 오류와 실패 등의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신약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승인을 신청해도 믿을 수 없는 동물모델을 사용했다면 분명히 거절당할 것”이라며 “우수한 동물모델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재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