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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vs 회계법인 ‘감사전쟁’ 예고

안만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올해는 기업과 회계법인 간 감사의견을 둘러싼 갈등이 여느 해보다 심각해질 전망이다.

감사를 의뢰한 기업과 회계법인(외부감사인)이 2008년 기말 보고서상의 감사의견을 놓고 전례없는 마찰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경색과 경기침체로 생존이 불확실해진 기업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회계법인들은 더욱 깐깐한 감사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 감사의견이 제출되는 2∼3월까지 치열한 감사전쟁이 예상된다.

감사의견은 기업의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공인회계사가 객관적으로 감사해 그 의견을 사업보고서에 표시하는 것이다. 감사의견은 적정의견, 한정의견, 부적정의견, 의견거절 등 4가지다.

27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용경색과 경기침체로 실적이 악화되고 존속 여부가 불분명한 기업이 늘면서 회계법인들이 ‘비적정의견(한정·부적정·의견거절)’을 내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행 회계기준의 기본 전제인 ‘계속기업 가정(going concern)’이 유동성 위기, 구조조정, 퇴출 등으로 흔들릴 경우 ‘의견거절’이라는 최악의 감사의견까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의견거절 기업은 증권시장에서 쫓겨나고 금융권에서 대출회수를 종용받는 등 사실상 퇴출을 의미한다.

한국공인회계사회 문택곤 상근연구교육부회장은 “최근 경제위기로 2008년 기말 감사에서는 공정가치 추정상의 위험, 분식회계 우려, 계속기업 가정을 포함한 중요한 불확실성 등이 주요 감사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도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보통 3월께 감사의견이 나오는데 올해는 감사의견을 놓고 기업과 회계법인 간 마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동성 위기가 있다든지 향후 존속 여부가 불투명하면 ‘계속기업 가정’에 위배돼 의견거절이 나올 수도 있다”며 “의견거절은 아니더라도 특기사항으로 이 문제를 기재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회계법인들이 경제상황이 어려울수록 더욱 꼼꼼하게 감사하는 경향도 기업들과 마찰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로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로서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분식회계로 실적을 좋게 포장하고 싶은 유혹이 더욱 강렬해지기 때문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도 그렇고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기업들이 실적이나 기업내용을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경제위기에서는 더욱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체 감사를 맡고 있는 대형 회계법인 모 회계사는 “이맘때가 감사인들에게는 최고로 바쁜 시기인 것은 맞지만 경제가 악화되면서 올해는 더 난리”라며 “특히 건설, 조선, 은행 등의 업종에 속한 기업들과 키코 등 파생상품 가입 기업들을 감사할 경우에는 더욱 깐깐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감사의견을 놓고 실랑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유형자산 재평가 등 회계기준이 바뀐 것도 기업과 회계법인이 충돌을 일으킬 여지를 주고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의 유형자산 재평가 수치를 사전 준비도 없이 ‘뚝딱’ 만들어 내고 있다”며 “이 같은 수치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 상당히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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