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오세빈 "정의로운 법관이었는지 반성할터"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인물사진 사회부 화상에)

다음달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밝힌 오세빈 서울고등법원장(59)이 35년 법관 인생의 회한을 담은 이메일을 통해 ‘정의로운 법관이었는지’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28일 서울고법 등에 따르면 오 원장은 후배 법관 및 직원들에게 보낸 ‘판사, 그 시작과 끝’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유신시절인) 1975년 광주에서 판사를 시작했을 당시 약하고 여린 마음에 장발 피의자에게는 과료를 선고하고 사정이 딱한 형사범의 경우 영장을 기각, 사사건건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당시 긴급조치, 유신반대를 외치는 피고인들의 항의를 받으며 우리 모두 물러나자는 부장님의 말씀에 묵묵히 따르기로 마음먹은 적도 있다”며 “집시법 위반으로 절친한 친구의 동생이 내 법정에 섰을 때 마음 속 깊이 고민하며 괴로워했다”고 고백했다.

1980년대 신군부 정권시절도 그에게는 잊지못할 시절로 남아 있다.

“정권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이 대규모로 일어나던 시절 법정에서 그들의 노래 소리를 들어가며 재판했지만 후배인 학생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려 노력했고 판결도 소신에 따라 했다”며 “어느 여대 총학생회장을 교수님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집행유예로 석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법원장으로 지낸 4년동안은 어찌보면 내게 어울리지 않는 생활이었는지 모르겠다”며 “나 자신이 정직하고 정의로운 법관이었는지를 반성하겠다”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오 원장은 사법시험 15회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원장 등을 거쳤으며 기업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email protected]최갑천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