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각국 산업 구제안 ‘제동’
각국의 산업지원 대책이 세계적 무역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주요국들이 이미 시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자국 산업에 대한 구제조치들이 공정경쟁을 해칠 수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지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부의 지원 등을 포함한 구제책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공정한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들이 자국 은행·자동차 부문 등에 구제금융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 산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금지하고 있는 WTO 조항을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고서는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이 해외 기관들과의 경쟁과 무역에서 불평등을 초래하고 수혜를 받지 못한 은행들도 불이익을 받거나 예금기반이 침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무역금융 고갈로 비교적 건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각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낸 WTO는 “그간의 구제 조치들이 세계 무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WTO의 규정에 위반되는 형태일 경우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다자간 공정무역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도하라운드 협상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지원을 비롯해 스웨덴, 캐나다, 독일, 프랑스, 호주, 아르헨티나, 중국 그리고 한국 등이 자동차업계를 구제하는 모든 조치들은 WTO의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각국의 자국 산업 지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날 보고서 발표와 때를 같이해 영국은 자동차 생산업체와 부품업체 지원을 위한 23억파운드(4조5000억원) 규모의 자동차산업 지원책을 내놓았으며 독일도 에어버스 지원을 위해 에어버스 고객에 대한 금융지원 완화 조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프랑스 정부도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에어버스 지원을 위한 용도로 쓰기 위해 자국 은행에 50억유로(9조10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유럽은 미국의 자동차산업 지원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미 정부의 지원이 이미 큰 어려움에 처한 유럽 자동차업계에 불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미 정부의 보조금 지급은 경쟁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장 클로드 준커 룩셈부르크 총리도 이를 “일방적인 보호주의”라고 비난한 바 있다.
또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중국 환율조작’ 발언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강 달러’를 주창하는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지난주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있다”며 무역 불균형을 문제 삼은 데 대해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email protected] 채지용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