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모호한 규정으로 수출제한 안될 말"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09 09:30

수정 2014.11.07 12:00


수출 제한 국가나 지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면 허가없이 군용물자를 수출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주채광 판사는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소업체 대표 이모씨(5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J무역업체를 운영하는 이씨는 지난 2003년 전략물자인 군용 방탄헬멧 8500개를 2차례에 걸쳐 관계당국에 수출신고없이 사우디아라비아 모 기업에 수출하고 4억9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당국은 당시 대외무역법과 산업자원부의 전략물자수출입공고에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국가안보 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는 전략물자 수출허가 등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이씨가 이를 어겼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 전략물자수출입공고 제48조는 ‘국제평화와 지역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국제평화’ ‘지역안전’ ‘저해할 우려’라는 문언은 모두 의미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그 개념의 한계를 정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일반인으로서는 구 대외무역법과 공고를 종합해도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들 조항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므로 이씨의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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