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라크전쟁에서 큰 활약을 하다 퇴역한 미국의 ‘스텔스 전폭기 F-117’을 보면 날개 모양이 삼각형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최신 전투기인 ‘F-15K’는 넓은 날개가 뒤로 젖혀져 있으며 우리나라 순수 기술로 만들어진 훈련기 ‘KT-1’은 날개 끝으로 갈수록 넓이가 좁아지는 사다리꼴 모양이다.
비행기의 날개는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사각형 날개는 비행기가 처음 등장한 옛날에 주로 사용된 것으로 공기역학적인 구조로는 비효율적이지만 제작이 쉽고 비용이 싸서 초경량 비행기나 저속 항공기 등에 많이 사용된다.
타원형 날개는 비행 구조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날개에서 발생하는 양력이 뛰어나 추력에 대한 항력이 적게 발생, 매우 이상적이다.
테이퍼형 날개는 타원형 날개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고 단점을 보완했다. 테이퍼형 날개는 날개 끝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형태로 최적의 양력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작이나 구조역학적 장점도 가지고 있다. 근래 군용이나 민간에서 사용하는 저속 항공기의 날개 모양은 대부분 이런 테이퍼형 날개다.
제트기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것이 바로 후퇴익(후퇴날개)이다. 후퇴익은 저속보다는 고속 비행에 적합한 형태의 날개다.
비행기가 음속에 가깝게 속도를 올리게 되면 비행기는 공기의 벽을 계속 뚫고 지나가는 형태가 돼 ‘음속폭음’이라고 말하는 ‘소닉붐(Sonic-Boom)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이때 비행기의 날개는 공기의 압력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하게 제작되어야 하며 공기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흘릴 수 있는 형태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등장한 것이 바로 후퇴익이다.
날개가 곧게 펴진 직선익이 공기의 압력을 날개 길이만큼 그대로 받는다면 후퇴익은 직선익에 비해 뒤로 기울어진 후퇴각만큼 긴 날개 길이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후퇴익은 저속 비행 시 양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저속 비행에는 적합하지 않다. 날개의 형태가 직선에서 후퇴로 후퇴에서 직선으로 변하는 가변익기는 이런 후퇴익기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등장한 형태다.
삼각형 형태의 델타익은 초음속 항공기의 공기저항을 극소화하기 위해 등장한 날개로 후퇴 날개와 동체 사이의 빈 공간에 날개를 붙여 넓어진 날개로 효과적인 양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삼각 날개의 경우 발생 양력보다 항력도 커지기 때문에 부가적으로 양력을 만들어주는 날개가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카나드 또는 코-델타라는 앞날개다. 삼각익을 가진 비행기 대부분 이런 앞날개를 가지고 있는데 유럽 4개국(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이 제작한 최신예 전투기인 ‘EF-2000’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진형 날개, 전진익은 후퇴익처럼 날개가 뒤로 처진 형태가 아니라 그 반대인 거꾸로 선 형태의 날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전진익의 등장은 후퇴익과 마찬가지로 초음속의 속도를 내기 위해 등장했다. 후퇴익의 단점이던 날개 끝에 발생하는 공기의 박리현상, 즉 공기의 양력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태를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다. 하지만 전진익이라는 날개 형태 구조를 견뎌낼 수 있는 소재의 개발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까지 몇몇 실험기를 제외하고는 상용화된 비행기가 없다. 대표적인 전진익기로는 러시아의 ‘Su-47 베르크트’와 미국의 실험기인 ‘X-29’ 등이 있다.
(글:양길식 과학칼럼니스트, 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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