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민이 김연아 선수의 ‘국제빙상경기연맹 4대륙 선수권대회’ 우승 장면을 보면서 지난 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박세리 선수의 US오픈 우승을 떠올렸을 것이다. 박세리 선수가 워터해저드에서 보여준 ‘맨발의 투혼’이 경제위기의 시련에 처한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었듯이 김연아 선수의 우승 또한 현재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어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되었으면 한다.
박세리 선수의 ‘맨발의 투혼’은 골프가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부상하는 촉매제가 되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세리 선수의 우승 장면을 보면서 골프에 입문한 ‘박세리 키드’들이 오늘날 LPGA의 리더보드를 석권하면서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여자골프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으며 골프의 대중화를 통한 수요기반 확충과 함께 골프 마케팅의 활성화 및 국산 장비산업의 육성 등으로 골프가 본격적으로 ‘산업화’됐다.
김연아 선수의 활약으로 ‘김연아 키드’의 등장이 예견되면서 척박한 국내 빙상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연관 산업의 발전도 기대된다.
지난 1950∼1960년대 ‘보릿고개’를 걱정하던 우리나라가 조선과 디스플레이 세계 1위, 휴대폰 2위, 반도체 3위라는 기술 강국으로 위상을 갖게 된 것은 선진국의 기술에 대한 제한적인 정보만을 가진 상태에서 독창적인 자체 기술 개발을 위해 밤새 연구하며 피땀을 흘린 기술인력 덕분이다.
현재 우리의 주력산업은 중국 등 후발국의 매서운 추격으로 위협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본격화되고 있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 직면한 기업은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힘에 부쳐 보인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기술인력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며 ‘위기 극복 이후’의 재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주력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고급 기술인력의 양성과 함께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는 한편, 미래 신산업을 창출할 창의적인 인재의 양성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도 인력 양성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좋은 품종의 화초를 심었는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양의 물과 비료를 주고 있는지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양질의 화초를 키우기 위해서 햇볕, 물, 비료 등이 적절히 갖춰져야 하는 것처럼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선 기업이 당장에라도 쓸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현장적합형 교육, 산학연 연계의 활성화, 기술인력과 일자리의 적절한 매칭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인력양성사업의 체계 전반을 개편해 종전의 평면적 ‘인력양성’ 사업을 산학연과 함께하는 ‘인력양성 및 활용’ 사업으로 심화시켜 나갈 방침이다.
먼저 유사 인력사업의 중복 추진에 따른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사업의 효과와 전략을 제고하기 위해 전체 인력사업을 ‘선택과 집중’에 의해 재분류하고 관리해 나가는 한편, 통합적인 지원기준과 평가지침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요자가 중심이 되는 인력양성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산업기술인력 수급 통계를 기초로 인력양성 수요를 도출하고 기술인력과 중소기업 간의 매칭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우수한 기술인력의 양성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산업계, 학계, 연구소가 상호 신뢰하에 고급 인력의 육성을 위해 지속적이고도 깊이 있는 노력을 함께 해 나가야 한다. 기술인력을 위한 투자와 관심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 흡사하다. 당장은 시루 밑으로 빠져나가는 물처럼 성과가 보이지 않지만 꾸준한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가꾸어 나간다면 어느새 몰라보게 자라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