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문동에 사는 김모씨(39·자영업)는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로부터 최근 하루 걸러 한 번 전화를 받고 있다. ‘보험리모델링’을 도와줄 테니 10년 전 가입한 암보험을 해지하고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다양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통합보험 상품에 새로 가입하라는 것이다.
김씨는 보험료를 한 푼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설계사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암진단 시 받을수 있는 금액이 절반으로 주는 데다 만기 예정이율도 크게 낮을 수 있다는 주위의 만류로 해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판매부진과 금리 급락에 따른 역마진 발생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보험사들이 과거 판매한 고금리 확정금리형 상품을 잇따라 해약·유도하고 나섰다.
일부에서는 보험지식이 부족한 고객을 상대로 경기침체기 보험료 부담을 줄여준다며 갈아타기를 종용하면서 도덕성 시비가 일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준금리 급락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일부 보험사들이 고금리 시절 계약했던 가입자들에게 약정 이자율을 지급하느라 역마진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보험사들는 자산운용 구조상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투자처가 줄어드는 반면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상품에 대한 이자 지급 부담은 커지기 때문에 실적 악화로 인한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의 국내 생보사 자산운용 수익률은 3∼6%에 그친 반면 은행 예금금리에 해당하는 보험상품의 공시이율은 이달 들어 연 5.0% 안팎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00년 초까지만 해도 공시이율은 7∼8%대에 달했었다.
A보험사 관계자는 “지난 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반까지 판매됐던 일부 보장성 보험 상품들의 금리는 7∼8%에 달했다”며 “지금처럼 금리가 갑작스럽게 떨어져 역마진이 예상되고 판매실적마저 부진한 상황에서는 보험사들에 경영상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보험사들은 최근 경기침체기에 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 ‘보험 리모델링’ 명분을 내세워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해지를 독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00년대 초에도 심각한 역마진에 직면한 몇몇 생보사들이 고금리 저축성 보험 해약을 강제로 권하다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지난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생보사들이 연 9.5%의 확정금리를 보장하며 판매했던 저축성 보험 상품들은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생보사별로 적게는 1000건 안팎에서 많게는 1만건 가까운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보험사들이 그동안 고금리 확정상품을 변동 이율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해 해당 계약 잔액이 많이 줄어든 상태지만 그래도 여전히 적지 않은 계약이 유지돼 현재와 같은 금리 급락기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dskang@fnnews.com 강두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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