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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돈 많은 철부지 CEO/정지원 뉴욕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23 17:23

수정 2014.11.07 10:09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의 임원진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바닥을 모르며 추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미국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본주의라는 근본까지 내동댕이치며 기업 운영에 개입했지만 백만장자 월급쟁이들의 얼굴은 점점 더 두꺼워지고 있다.

지난해 부실경영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된 메릴린치는 합병 직전 임직원 4만여명에게 무려 36억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한 사실이 발각돼 당국으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지난해 4·4분기에 153억1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와 같은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일반 직장인들이 평생을 일해도 벌기 어려운 100만달러를 메릴린치의 임직원 700명이 한방에 삼켜버렸다.


그것도 회사가 망하기 직전에 말이다.

최근 미 하원 금융위원회는 월가의 8개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워싱턴으로 불러 그들의 고액 연봉 등 도덕적 해이에 대해 추궁했다.

엄밀히 따지면 자본주위 사회에서 정부가 개인 기업의 보너스 지급에 관여할 위치는 아니다. 하지만 납세자들이 낸 수천억달러의 세금을 공적자금으로 이들 은행에 투입한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국민의 원성을 반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미 재무부는 금융위기 발생 후인 지난해 10월 사상 최대 규모인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1760억달러가 이들 월가의 금융회사들에 투입됐다.

이들 CEO 중에서는 “우리에겐 미국인들이 첫 번째이고 은행은 두 번째다” 또는 “우리가 확실히 잘 못했다”는 등 여론의 비위를 맞추려는 ‘서비스용 멘트’를 아끼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또 마치 큰 자랑이나 되는 듯 자신의 보너스를 1달러로 책정해 달라고 이사회에 요청했다며 큰소리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심장 회장님’ 한 명은 아직도 돈을 더 쓰지 못해 안달이 난 듯 “정부로부터 구제를 받은 은행들이 여전히 과다한 비용을 지출한다는 비판은 금융 비즈니스의 성격을 모르는 지적”이라고 반박하기까지 했다. 모건 스탠리의 존 맥 CEO는 금융기관 임원들에 대한 보수 제한이 유능한 인재 확보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글쎄…. 현재 미국의 실업자들이 480만여명이 넘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그리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유능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CEO들을 호되게 몰아붙이는 정치인들 역시 그리 잘난 사람들은 아니다. 과거 세금을 내지 않거나 비리에 연루돼 장관직을 사절하는 정치인들이 미국에도 많다.

정말 소화제를 먹지 않고서는 듣기 거북한 ‘무능력한 철부지’들의 변명 퍼레이드인가. 비록 당장 옆에 소화제는 없지만 얼마 전 눈을 감은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말이 뭉클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가난한 신자들과 함께했던 본당 신부 시절이었고 가장 그리운 풍경은 어릴 적 국화빵 팔러 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바라보던 붉게 물든 저녁 노을이었다.

그가 남긴 말을 마음속으로 십수번 되새기니 월가의 CEO들이 밉지도 않고 그들이 받았다는 100만달러가 부럽지도 않다.

/jjung7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