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중기 살리기 ‘좀비기업·검은 브로커’가 망칠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23 17:43

수정 2014.11.07 10:08



“정부는 사실상 중소기업들에게 무조건 보증서를 발급해 주라고 재촉하고 ‘좀비’ 기업들은 몰려들고….”

정부가 산하 공기업인 보증기관을 앞세워 중소기업에 전방위적으로 유동성(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경쟁력 없는 ‘좀비(Zombie·살아난 시체)’ 기업들이 ‘고용유지→경기방어’라는 정부의 ‘기업살리기’ 정책에 편승해 보증으로 은행대출을 받아 연명하거나 보증서 발급을 빌미로 거액의 커미션을 요구하는 브로커들도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보증서 발급 요건이 안되는 중소기업들이 정치권과 결탁해 보증기관에 민원성 요청을 잇따라 제기하는 사례도 있다.

■중기에 전방위 유동성 공급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산하 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을 활용해 중기에 올해 각각 신규로 12조5000억원, 6조7000억원을 공급한다.

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보증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전액 연장한다.

신규보증과 연장된 보증을 합하면 올 보증잔액은 신보는 45조2000억원, 기보는 16조원이다.

보증공급이 급증하면서 2008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증잔액(신·기보)은 지난 2007년 4.99%에서 지난해 5.38%, 올 7.48%(2008년 GDP 대비)로 추정된다.

보증을 이처럼 늘리는 것은 은행들이 자산건전성 훼손 등을 이유로 은행문턱을 높이면서 중기로 자금이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대출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원금을 포함해 연체이자까지 전액 보증을 해 준다는 보증서를 발급해 중기에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보증이 급증하면서 부실률도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해 말 5.0%였던 신보의 보증부실률은 이달 중순 8.6%까지 치솟았고 올 연말 10.7%까지 오를 전망이다. 기보는 1월 말 8.4%까지 상승했고 올해 전체로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14.3%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브로커, 보증기관 ‘기웃’

보증기관을 통한 ‘유동성공급→기업살리기’가 정책방향으로 정해지면서 ‘모럴 헤저드’ 조짐도 있다. 정부의 보증확대를 통한 유동성 공급을 ‘눈먼 돈’으로 인식, 너도 나도 보증서를 받아 은행 돈을 우선 쓰고 보자는 것이다.

안택수 신보 이사장은 “최근 잘 아는 정치권 지인으로부터 신보의 추가보증서를 받을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민원’을 한두 건 받은 적 있다”며 “보증서를 발급해 줄 수 없는 기업이어서 실무부서에서 이를 거부, 해당 기업이 부도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진병화 기보 이사장도 “수출둔화에다 내수침체로 자금압박을 받는 중기가 늘면서 일부에서는 보증기관 보증서를 받게 해 주겠다며 기업인들에게 접근하는 브로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신보는 추가보증의 경우 ‘좀비’ 기업이지만 지역에서 오래된 기업들이 정치권 등을 통해 고용유지와 지역경제 안정에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이유 등을 내세우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좀비’ 기업에 대한 보증확대는 일시적으로 고용유지 등에 도움은 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보증수요가 급증하면서 보증기관 업무능력 한계로 보증부실률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신·기보 일선 영업점 직원들은 1인당 30개 정도의 기업의 보증서 발급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가동되고 있는 현장을 보고 회계장부를 점검하고 보증심사서 등을 작성하는 데 하루가 걸리기 때문에 업무 처리에 30일 정도 걸린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7일 만에 보증서를 발급하라고 보증기관을 독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권영택 신보 본부장은 “과거 외환위기 때도 보증을 확대했지만 당시에는 몇 개 대기업이 주요 대상이어서 숫자가 많지 않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여지가 적었다”며 “하지만 현재 신·기보 보증서를 받거나 받을 수 있는 기업은 40만개가량 돼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만약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되면 보증기관의 대위변제율(은행에 대출금 등을 물어주는 비율)이 높아져 기금이 고갈되면서 보증기관이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고 세금을 보증기관에 추가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편 보증기관들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기술력이나 재무상태가 미흡한 기업일 경우 자구노력을 전제로 보증서를 발급하고 매출액이 30% 이상 감소하거나 차입금이 50% 이상 급증하는 등 중요 경영 변동사항이 발생했을 때는 점검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사용하고 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