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쟁점법안인 미디어 관련법을 기습 상정함에 따라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고 위원장은 이날 오후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에게 쟁점 법안에 대한 추가 협상의 여지가 있는 지 물었다.
3당 간사들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하자 고 위원장은 "3당 간사에게 추가의제 협상을 요청했지만 도저히 진전이 없어 국회법에 의해 방송법 등 22개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일괄 상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직권상정했다.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에 달려들어 의사봉을 빼앗고 고 위원장의 발언을 육탄 저지했으나 고 위원장은 소속 의원 등에게 둘러싸여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고 위원장은 상정 직후 "국회법 77조에 의해 상정된 것"이라며 "원내대표단과 따로 얘기된 것이 아니라 내 책임하에 했다"고 말했으나 전날 당 지도부와 구체적인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으로선 방심하다가 '허'를 찔린 셈이다. 당장 직권상정 시도는 위법이라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지만 위원장이 미디어법을 포함한 법안들을 일괄 상정한다면서 의사봉을 두드린 것만은 확실해 논리상 불리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강수를 선택한 것은 당장의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염두에 둔 것보다는 일단 야당을 법안심사 테이블로 이끌어낸 뒤 협의과정을 거쳐 늦어도 4월 임시국회 처리를 겨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인 나경원 의원도 "법안이 상정됐으니 민주당과 같이 논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2월 임시국회 처리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월 국회 처리보다는 상정에 무게를 뒀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미디어 관련 법안 기습상정을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날치기 미수사건'으로 규정하고 전 상임위 불참을 검토하는 등 강경 반발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문방위 회의실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오늘의 사태는 날치기 실패로, 단호하게 언론악법 날치기에 맞서겠다"며 "앞으로 국회가 제대로 안 되는 모든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고 '상임위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병헌 문방위 간사는 "실패로 끝난 고 위원장의 원맨쇼"라며 "미디어법이라는 법안 명칭이 없는데 허공에다 '유령법'을 불법상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다만 한나라당이 다른 쟁점법안에 대한 '날치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임위 보이콧'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이것이 한나라당이 말하는 합의의 정신이냐. 직권상정이라는 탈을 쓴 폭력,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매우 옹색하고 석연치 못한 상정 과정에 대해 고 위원장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khchoi@fnnews.com 정인홍 최경환 최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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