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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안전 ‘법 따로 현실 따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25 22:37

수정 2014.11.07 09:47



#1. 지난 24일. 철분강화 식품첨가물 ‘피로인산제이철’에서 멜라민 8.4∼21.9ppm 검출. 이 원료를 사용한 오리온은 현재 완제품 조사 중으로 해당 제품에 대한 회수 조치 계획이 없는 반면 동아제약은 소비자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해당 제품의 회수조치를 결정하고 영업사원을 통해 수거 중.

#2. 지난해 10월. 초유성분 강화 식품첨가물 ‘아포락토페린’ ‘락토페린’에서 각각 3.3ppm과 1.9ppm 검출. 멜라민이 검출된 원료보다 한 달 앞서 수입한 원료를 사용한 남양유업은 완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베트남 등에 수출한 반면 파스퇴르유업은 완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소비자 불안을 막기 위해 자체 폐기.

#3.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 변웅전 위원장이 분유 원료로 멜라민 검출이 의심되는 락토페린을 사용한 제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추궁하며 “그럼 잠잠해지면 또 팔겠다는 얘기인데…”라고 묻자 남양유업 박건호 대표는 “그런 얘기는 아니다”고 해명. 그러나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원료에서 멜라민 나왔다고 하더라도 완제품에 안 나왔던 것은 미량 들어가기 때문이다. 완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은 것은 판매를 허용하고 검출된 것은 폐기하겠다”고 답변.

똑같이 멜라민 함유가 의심되는 제품이지만 어떤 것은 시중에 유통되고, 어떤 것은 회수해 폐기되는 것은 법과 현실의 괴리감에서 나타나는 단적인 예다.

현행법은 원료에서 멜라민을 비롯한 위해요소가 검출됐지만 완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으면 시중 유통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소비자들이 얼마나 용납할지는 의문이다.

결국 유통여부는 기업이 결정하게 되는데 소비자 건강과 도덕성을 중시하는 기업들만이 자진회수 조치를 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 건강이 기업의 도덕성에 달린 셈이다.

최근에는 아예 정부가 기업의 유통을 독려하는 듯한 인상을 풍겨 논란이 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남양유업의 박건호 대표가 멜라민 함유 논란을 빚은 분유를 시중유통할 거냐, 폐기할 거냐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머뭇거리자 오히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완제품에 문제가 없으면 시중에 유통하도록 하겠다”는 식으로 시중유통을 유도하는 발언을 해 과연 정부가 소비자 안전 의식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원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돼 완제품에서 극미량의 멜라민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극미량이라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완제품에서 멜라민 검출되지 않아 회수하거나 폐기할 필요가 없으며 이는 정부도 인정한 것이라고 맞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원료에 멜라민이 검출됐는데 어떻게 그 원료로 만든 완제품이 안전할 수 있느냐. 정부가 해당 제품의 유통을 막지 못한다는데 과연 국민건강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 것이냐’며 의아해 하고 있다.

우선 원료나 첨가물은 문제가 되지만 완제품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것은 최종 제품에서 원료가 소량으로 사용되거나 첨가물이 희석돼 농도가 극미량으로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 YMCA 임은경 팀장은 “멜라민 함유 최대 허용치를 0.5ppm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비의도적인 경우에만 국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완제품에서 위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해 물질이 사용된 완제품은 위해 물질 함유가 예측되는 만큼 비의도적인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위해 물질 함유 가능성과 이를 예측할 수 있으면 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관리과 이재린 사무관은 “문제가 발견될 경우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판매금지토록 하고 소비자들에게는 구입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다”며 “진행 중인 조사를 마치고 확실한 결과가 나와야 회수명령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출 가능성만을 가지고 조치를 취한다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yoon@fnnews.com 윤정남 조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