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바리톤 우주호의 ‘꿈의 세계로 초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26 18:48

수정 2014.11.07 09:40



경북 포항시에 있는 남부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을 하던 소년은 그저 찬양하는 것이 좋아 노래를 불렀다. 그러던 중 그의 재능을 발견한 성가대 지휘자가 성악가의 길을 권유하게 된다. 그 후 소년은 막연히 성악가의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성악을 정식으로 배우려면 많은 개인지도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소년은 곧 좌절한다. 아버지의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져 고액의 레슨비를 그의 집에서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소년은 결국 성악가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소년은 상처받은 마음을 고쳐 잡고자 무작정 교회에서 눈물의 기도를 한다. 그때 소년이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우연히 본 교회 누나가 꿈을 포기하지 말라며 용기를 심어줬다.

기도의 힘 덕분이었을까. 소년의 꿈을 우려하던 어머니는 생각을 바꿔 주위에서 돈을 빌려 간신히 레슨비를 대주었다.

그 뒤 소년은 포항에서 대구까지 하루 3시간이 걸리는 통학거리를 오가며 작고한 성악가 문학봉 선생에게서 본격적인 성악을 배운다. 돈까지 빌려 멀리 성악을 배우러 가는 소년의 마음은 무거웠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꺾이지 않았다.

하늘이 내려준 고운 음색을 지닌 그는 정식으로 성악을 배운지 불과 6개월 만에 대학 등이 주최하는 전국 고등학생 대상 콩쿠르에서 무려 8회나 우승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포항에선 사상 초유의 일이라 금세 유명인사가 됐다. 이로 인해 대학에도 4년 전액 장학생 자격으로 입학하게 됐다. 나라에서 주는 음악 특기생 자격을 딴 것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에서 유학까지 마치게 된다.

바리톤 우주호의 음악인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바리톤 우주호는 그 뒤 오페라에만 30편에 걸쳐 300회 가까이 국내외에서 소화하는 실력파 성악가로 성장하게 된다.

바리톤 우주호는 오는 3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생애 첫 오케스트라 협연 독창회를 한다. 정상 무대에 서겠다는 성가대 소년의 막연했던 꿈이 이뤄진 것이다.

■사랑을 노래하는 바리톤 우주호

바리톤 우주호는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음색의 깊이가 크고 넓다. 그가 부르는 가곡은 청중의 심금을 금방 울린다.

그가 지닌 뛰어난 가사 전달력과 함께 구성진 음색은 청중을 금세 사로잡는다. 우주호는 그동안 '베르디'의 곡을 가장 잘 구현하고 표현력이 뛰어난 성악가로 정평이 났다.

그는 국내외에서 오페라만 30편을 300회 가까이 공연했지만 독창회는 그동안 단 세 차례만 가졌다. 그가 오는 3월 17일 예술의전당에서 갖는 콘서트는 생애 첫 오케스트라 협연 독창회다.

독창회를 한 달 남짓 앞두고 바리톤 우주호의 서울 운니동 사무실을 찾아 그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약간 비좁은 듯한 오피스텔 단칸 사무실에선 여직원 1명과 그의 동료 2명이 공연 행사 등으로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먼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독창회 준비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지난 1, 2회 때는 굉장히 학구적으로 독창회를 했다"면서 "이번에는 우주호의 역량과 숨겨지고 가려진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우주호 독창회의 레퍼토리는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통틀어 다양하다. 마치 클래식 음악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바로크 음악인 헨델의 오라토리오에서 시작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와 '운명의 힘', 조르다노 오페라 '안드레아 쉐니에', 가곡 '못잊어' '뱃노래'등이 독창회의 주요 테마곡이다.

바리톤 우주호는 "이번 독창회에선 바로크부터 현대 음악가까지 모두 아우르기 때문에 노래를 부를 때 각각 다르게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오페라가수들은 바로크 음악은 잘 안 부른다. 오페라는 드라마틱하지만 바로크 음악은 다른 형식이어서 부르는 게 쉽지 않다"면서 "바로크 음악으로 꾸민 1부 공연은 실험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호는 올해가 헨델 탄생 250주년이라는 점을 기념하기 위해 헨델이 지은 2곡을 음악회의 첫 시작곡으로 선택했다.

그는 "마니아들은 우주호가 어떻게 클래식인 모차르트와 헨델의 곡을 소화해 낼지 우려한다. 우주호하면 오텔로(베르디)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그래서 헨델과 모차르트의 곡이 포함된 1부를 아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며 일종의 논문 발표를 준비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바리톤 우주호는 이번 콘서트에서 가곡도 부른다. 그의 가곡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은 두텁다. 그의 가곡 독창은 중독성이 있다.

그가 부른 '북한산에서' '그대에게 가는 길' 등은 마니아층이 생겨서 라디오 신청곡뿐만 아니라 개인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음악으로도 많이 선택된다.

베이스에서 바리톤 성악가로 변신한 우주호의 음색을 두고 일부에선 한국적인 소리에 잘 맞는다고 칭찬하기도 한다. 최근 가곡집 '사모곡' 음반까지 제작했다. 음반 수익금의 일부는 치매노인들을 위해 지원된다.

그는 "한국 가곡의 위대함을 국외로 떨쳐보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라면서 "한국 가곡의 세계화를 위해서 세계 곳곳에서 가곡 독창회를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리톤 우주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성악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봉사활동으로 클래식 음악으로부터 소외된 계층을 찾아가 노래를 들려준다. 자신이 지닌 재능을 활용해 베푸는 방식이다. 그는 처음에 혹시나 순수성이 떨어질까 봐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주저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유명해지고 사회적으로 능력이 됐을 때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그는 "그러던 중 미래상상연구소 대표로 계신 홍사종 교수님이 기회를 줘서 '우주호와 음악친구들(WMF)'을 결성,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리톤 우주호는 지난 2004년 이탈리아에서 성악공부를 하고 귀국하자마자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 이후 한국자원봉사 홍보대사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홍보대사를 하게 됐다. 이왕 하는 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고 해서 사단법인 농어촌문화미래연구소를 지난해 5월 만들었다. 그는 연구소에서 상임이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 2004년 솔리스트 교수 11명으로 구성된 '극장을 떠난 바보음악가들'을 조직해 전국의 문화 빈곤지역을 순회하면서 양로원, 외국인 노동자의 집, 노인전문병원, 재활원 등 장소를 불문하고 노래를 불렀다. 지금까지 총 300여회의 자원봉사 공연을 했다.


이런 운동에는 DSD 삼호, ㈜세실, 하림, 참다래, 성도이엔지, 거북이북스 등이 기업메세나 운동(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활동)의 일환으로 참여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원래 예술인들이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클래식 문화가 귀족화됐지만 특정 계층의 소유물은 절대 아니며 클래식은 계층 간의 다리가 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농촌이나 저소득층처럼 문화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게 클래식 문화를 접할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