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에서 주식 물려주기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주가가 폭락한 틈을 타 자녀나 손자들에게 증여하거나 지분을 늘려주는 최대주주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증여 대상자에는 5∼19세 미성년자들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주가가 싸졌을 때 지분을 늘리면 그만큼 비용이 줄어들고 증여할 경우에도 많은 세금 절약 효과를 볼 수 있다.
LG패션이 지난 2일 공시한 바에 따르면 LG가(家) 4세들이 최근 하락장에 지분율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주주인 구본걸 사장 조카로 알려진 구민정·지수(5)·성모(16)·수연씨(19)가 최근 회사주식 2만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0.07%, 0.62%, 0.44%, 0.11%로 각각 늘렸다. 2만주는 3억여원 규모다. 이들 중에는 20세 미만 미성년자가 대거 포함돼 있다.
한국단자공업은 이창원 대표가 지난 2월 말 25만주를 아들인 이혁준·원준씨에 10만주(약 12억원)씩, 딸인 이경희씨에게 5만주(약 6억원)를 증여했다. 당시 주가는 1만2000원대로 지난해 5월 최고치 대비 절반 가까이 추락한 상태였다.
한샘도 비슷한 경우. 지난 2월 조창걸 한샘 회장의 딸로 알려진 조은영·은희·은진 자매가 각 2만7400주, 3만500주, 80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0.68%, 0.63%, 0.51%로 각각 늘렸다.
신풍제지는 최근 최대주주 정학현씨 친인척인 정민수·영수 씨가 회사주식을 4만주가량 사들이며 지분을 각각 1.14%, 1.32%로 늘렸다. 이들 나이는 각 12세, 15세인 미성년이다.
NI스틸 배종민 대표이사의 99년생 아들 배승준 씨도 지난달 9950주를 추가 인수해 지분율을 0.33%로 늘렸다.
대한제분 이종각 회장 장남인 이건영 부사장은 2월 이후 8700주가량을 인수해 지분율을 4.99%로 늘렸고 SJM은 최대주주 동생인 김원중씨가 회사주식 2만3150주를 사들였다.
이 밖에 KG케미칼도 최대주주 친인척인 곽정현씨와 곽혜은씨가 주식 1300주와 4720주를 각각 인수해 지분율을 1.26%, 0.45%로 늘렸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전일 서주관광개발 권정윤 최대주주가 보유주식 전량인 10만1585주(20.32%)를 친아들인 신석우씨에 무상으로 증여하는 계약을 체결해 최대주주가 신씨로 변경됐다.
경영권이 모(母)에서 자(子)로 이전된 경우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증시가 올해 상반기 바닥을 지날 것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주식 증여가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사 모 지점장은 "상속 증여세법 53조에 따르면 자녀 1인당 19세미만까지 10년 단위로 1500만원씩, 20세 이후 3000만원까지 증여세 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자산가들도 최근 주식 증여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면서 "자녀나 손자 앞으로 주식을 사서 지분율을 늘려주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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